농협금융 상반기 최대 실적으로 1조5000억원 달성에 ‘한발짝’
농협생명, 손보 70% 이상 실적 급감···수익성, 건전성도 ‘빨간 불’

홍재은 NH농협생명보험 대표(사진 왼쪽)와 오병관 NH농협손해보험 대표/사진=각 사
홍재은 NH농협생명보험 대표(사진 왼쪽)와 오병관 NH농협손해보험 대표/사진=각 사

NH농협금융지주가 지난 상반기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보험계열사에 대한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의 고민은 보다 깊어질 전망이다. 은행과 증권사의 호실적에 힘입어 올해 목표로 한 1조5000억원 성과에 한발짝 더 다가갔지만 NH농협생명보험과 NH농협손해보험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금융과 경쟁 중인 타 금융그룹 내 보험사들은 불황 속에서도 그룹 성장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어 이들의 부진은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단순 실적뿐만 아니라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측면에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농협금융은 지난 26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 상반기 총 99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20.2%나 증가한 수치며 출범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 실적에 해당한다.

올해 목표 실적 달성의 가능성도 높아졌다. 김광수 회장은 지난 1월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손익 목표를 1조5000억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남은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의 절반 이상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무난히 목표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어닝서프라이즈는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이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대비 26.5% 증가한 84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으며 NH투자증권은 13.7% 늘어난 278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오랜 기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보험계열사들의 경우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농협생명의 순익은 지난 2016년 1515억원에서 2017년 1009억원으로 줄어들었으며 지난해에는 급기야 마이너스(-) 123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농협손보 역시 같은 기간 353억원에서 265억원, 20억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NH농협생명, NH농협손보 실적 추이/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NH농협생명, NH농협손보 실적 추이/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이에 지난 1월 김 회장이 직접 ‘농협보험 경영혁신위원회’를 열어 업황과 실적 악화 대비책 등을 챙겼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이 특정 계열사를 대상으로 혁신위를 주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생보사 자산순위 4위를 자랑하는 농협생명은 지난 상반기 1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해(501억원) 대비 무려 75.84%나 줄어들었다. KB생명(52.78%)과 신한생명(11.43%), 하나생명(43.82%) 등 타 그룹 내 생보사들이 업계 불황 속에서도 실적 개선을 이뤄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손보도 205억원에서 59억원으로 71.4% 감소했다. 자동차 손해율 증가 등 전체적인 업계 불황을 감안하더라도 급격한 실적 악화다. 같은 기간 KB손보는 1662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감소율 11.64% 선방에 성공했다.

단순 실적뿐만 아니라 수익성 지표도 크게 악화됐다. 농협생명의 상반기 총자산이익률(ROA)은 0.04%로 지난해(0.16%)보다 0.12%포인트 낮아졌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60%에서 0.66%로 1.94%포인트 하락했다. KB생명과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는 각각 0.34%, 0.5%, 0.9%의 ROA를 기록했으며 ROE도 5.7%, 8.3%, 9.4%로 농협생명에 비해 8배에서 14배 가량 높은 수치를 보였다.

농협손보의 ROA와 ROE는 0.11%와 1.76%로 나타났다. 각각 지난해 보다 0.31%포인트, 4.40%포인트 악화됐다. KB손보의 ROA와 ROE는 0.95%, 9.14%로 농협손보에 비해 8배, 5배 가량 높다.

금융지주 보험계열사 수익성 현황/자료=각 사,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금융지주 보험계열사 수익성 현황/자료=각 사,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향후 전망도 밝지 않은 편이다. 두 회사 모두 자산건전성 문제를 안고 있어 추가 자본확충 없이는 사업확장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농협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은 193.4%로 200%를 하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평균(285.4%)에도 한참 못미치는 수치다. 농협손보 역시 175.2%로 업계평균(252.1%)보다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보험업 상황 자체가 너무 좋지 않아 농협금융 내 보험사들의 반등도 쉽지 않을 것”며 “현재 진행 중인 체질 개선 노력을 지속하면서 농협중앙회나 그룹 차원에서의 증자 등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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