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탐정소] 日 “한국 캐치올 미비·배상청구권 해결”?···‘거짓·왜곡’
[팩트탐정소] 日 “한국 캐치올 미비·배상청구권 해결”?···‘거짓·왜곡’
  • 이준영 기자(lovehop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7.2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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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백색국가 제외 추진 이유 “한국 캐치올 미비” ☞ 거짓
②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 최종 해결이 끝났다” ☞ 왜곡

시나브로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다. 아무 검증 없이 유포되고 있는‘가짜 뉴스’·‘거짓 정보’는 불특정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또한 포털·SNS 등이 제공하는 맞춤형 정보 알고리즘의 부작용인 ‘필터버블(Filter Bubble, 이용자가 특정 정보만을 편식하게 되는 현상)’로 인해 ‘진짜’가 ‘가짜’로 치부되는 사례도 상당하다. 시사저널e는 ‘가짜 뉴스’·‘거짓 정보’로 인해 생기는 혼란을 줄이고, 뉴스 수용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개선을 위해 ‘팩트탐정소’를 고정코너로 운영한다. [편집자주]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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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정권은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강화했다. 지난 4일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에 나섰다. 이어 한국의 캐치올(Catch All·상황허가) 제도가 불충분하다며 우호국에 수출통관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이러한 조치에 나서는 이유로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 체계 불충분을 거론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도 꺼집어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배상 청구권이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주장이다. 시사저널e ‘팩트탐정소’는 일본이 수출 규제 강화 조치 근거로 거론한 주장들에 대해 팩트체크했다.

 

① 일본 백색국가 제외 추진 이유 ‘한국 캐치올 통제 미비’?

일본은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이어 한국의 캐치올 통제의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며 백색국가 제외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재래식 무기에 대해 한국 캐치올 제도의 미비를 거론했다. 캐치올 제도는 상대국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수출을 전면 통제하는 규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 5월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위험 행상 지수(Peddling Peril Index)’를 발표했다. 이는 세계 200개 국가들의 전략물자 무역관리 제도 수준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17위, 일본은 36위였다.

위험 행상 지수의 주요 평가 항목은 캐치올 제도 등 전략물자 무역을 규제·감시하고 불법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법규’(200점), 전략물자 무역을 감시·발견할 능력(200점), ‘확산 자금 조달’을 막을 능력(400점), 비확산 조약 체결 등 ‘국제사회와 약속’(100점), 집행력(400점) 등이다.

즉, 제3국이 평가한 200개 국가들의 전략물자 무역관리 제도 수준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높다는 평가였다. 일본은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가 미비하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한국의 캐치올 제도 법규나 감시 능력, 집행력 수준이 일본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한·일 양국 간 캐치올 제도 수준의 직접 비교를 해봐도 한국이 더 엄격하게 전략물자를 관리했다.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일 양국 간 캐치올 제도 수준의 직접 비교를 통해 일본보다 엄격한 수출통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백색국가에 캐치올 제도 3대 요건 중 두 가지인 ‘인지’(Know), ‘통보’(Inform)를 적용한다. 비(非) 백색국가에는 ‘의심’(Suspect)을 더해 3개 요건을 모두 적용한다.

반면 일본은 백색 국가에는 해당 요건을 제외해주고 있다. 비 백색국가는 인지와 통보만 부분 적용한다. 인지는 수출자가 대량살상무기 등으로 전용될 의도를 안 경우를 말한다. 의심은 해당 물품이 대량살상무기 등으로 전용될 의도가 의심되는 경우, 통보는 정부가 대상 품목을 지정·공표해 수출자에게 개별 통보한 경우다.

일본이 한국에 지적했던 재래식무기 캐치올 제도도 한국이 일본보다 엄격히 적용한다. 한국은 백색국가에도 인지와 통보 요건을 적용한다. 반면 일본은 이 요건을 적용하지 않는다.

유엔 무기 수입, 수출 금지국에 대해 한국은 3개 요건을 모두 적용하고 국제평화고시에 따라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최종 용도에 대한 인지와 통보 요건만 적용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보다 특정 국가 품목 통제, 중점감시품목 운용도 더 엄격하다. 한국은 북한에 190개 중점감시품목을 지정해 이들 품목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재래식 무기 34개와 대량살상무기 40개 등 품목 지정만 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은 재래식 무기와 전략물자 수출을 통제하는 바세나르체제(WA), 원자력 등 핵무기 물자를 통제하는 NSG, 생화학무기 통제를 위한 AG, 미사일 등을 대상으로 하는 MTCR등 4개의 전략물자 수출통제체제에 가입돼 있다. 한국은 바세나르 체제 회원국으로부터 전략물자 관리에 관한 어떠한 지적을 받은 바 없다.

 

②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 끝났다”?

2016년 10월 2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연례 일본 육해공 자위대 열병식에 참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6년 10월 2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연례 일본 육해공 자위대 열병식에 참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아베 정권 관계자들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6일 NHK ‘일요토론’ 프로그램에서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지용 피해자 배상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이 끝났다”며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국제법에 비춰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2018년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부정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한일청구권협정에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식민지배 불법성과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명시되지 않았다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2012년 5월 24일에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했다.

그러나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은 ‘왜곡’이며 거짓이다.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등의 배상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우선 한일청구권협정과 한일협정은 식민지배 불법성과 반인도적 범죄 행위를 전제하지 않았다. 청구권 협정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강제 동원 피해자의 법적 배상을 부인했다.

지난 2012년 한국 대법원은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해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해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청구권협정 제1조에 의해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은 제2조에 의한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 대가관계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청구권협정의 협상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다. 이 상황에서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이어 대법원은 “나아가 국가가 조약을 체결해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함에 그치지 않고 국가와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국민 개인의 동의 없이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직접적으로 소멸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근대법의 원리와 상충된다”며 “국가가 조약을 통해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키는 것이 국제법상 허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와 국민 개인이 별개의 법적 주체임을 고려하면 조약에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조약 체결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 이외에 국민의 개인청구권까지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 청구권협정에는 개인청구권의 소멸에 관해 한일 양국 정부의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만큼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즉, 강제동원과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개인 배상 청구권은 한일협정청구권에 반영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 당국자들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된 것은 아니라고 반복해서 확인했다.

야나이 순지(柳井俊二) 외무성 조약국장은 지난 1991년 8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은 한일 양국이 국가로서 가진 외교 보호권을 서로 포기한 것이지 개인의 청구권을 국내법적 의미에서 소멸시킨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2018년 11월 14일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도 고노 다로 외무상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어 “개인청구권을 포함해 한일 간의 재산청구권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이 끝났다”며 앞 뒤 논리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했다.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들의 배상 청구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은 국제인권법에 충실한 판결이기도 하다.

또 2005년 12월 유엔총회 결의에서 ‘피해자 권리 기본원칙’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국가 간 우호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되며 피해자 중심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내용이다. 당시 일본도 유엔총회 결의에 찬성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맺어질 당시 한국과 일본 정부는 협의 과정에서 식민지 피해자인 강제징용 피해자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았다. 양국 정부 관계자들만이 의논해 미국의 중재로 협정을 맺었을 뿐이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도 마찬가지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피해자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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