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현대차證 등 시장 예상치 상회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 평가 이익 증가도 영향

서울 여의도의 증권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의 증권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에 호실적을 내놓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등으로 국내 시장이 위축되고 주식 시장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에도 양호한 수준의 실적을 내놔 눈길을 끈다. 주식시장 상황에 기댄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에만 의존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투자은행(IB) 부문 등을 통해 수익원을 다각화했다는 분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0.5% 증가한 1689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당기순이익도 전분기 대비 8.8% 오른 880억원을 나타냈다. 현대차증권도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으로 695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84.8% 증가했다. 하나금융투자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52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8%가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이 외에도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주요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미래에셋대우도 순이익이 8.2%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의 실적 호조세는 사업 다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권사가 주식시장의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에도 IB 부문과 채권 이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갈수록 감소하는 등 국내 주식시장이 대내외 불안요인으로 얼어붙는 가운데도 증권사들의 실적은 오히려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에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6004억원으로 2017년 4월 이후 가장 적었고 코스피·코스닥·코넥스 등 3개 시장의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대금도 올해 들어 가장 적어 주식시장이 얼어붙은 모습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IB 관련 수익은 꾸준히 증가하며 수익 상승을 이끌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7.9% 감소했지만 IB 부문 수익은 SNK IPO, 영국철도 지분 인수 등 양적 성장을 통해 전년 동기보다 9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대우도 1분기 IB 부문 영업이익이 7446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52.5%를 차지하는 등 IB 관련 수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중이다. 

증권사들은 IB 부문 강화에도 나섰다. 최근 유상증자로 초대형 IB 자격요건(자기자본 4조원)을 갖춘 신한금융투자는 IB 부문 영업 담당 조직을 기존 3개 본부에서 5개 본부로 늘렸다. KB증권도 IB 역량 강화를 위해 작년 말 IB 부문을 기업금융 전담 IB 1총괄본부와 프로젝트 파이낸스 전담 IB 2총괄본부로 확대 재편했다.

또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 평가 이익이 늘어난다는 점도 증권사들의 이번 호실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관련 손익 증가, 홍콩 H지수 반등에 따른 ELS 조기상환 증가 등 우호적인 운용환경 지속에 따른 펀더멘탈 개선이 수익상승의 주요 요인”이라며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활용을 중심으로 한 IB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