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전북교육청 ‘재량권일탈·남용’, 자사고 지정취소 ‘부동의’ 결론”
상산고·한국교총 “당연한 결과”···전북교육청·전교조 “공교육 정상화 포기, 법적 대응 검토”

교육부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동의 여부 결정일인 26일 오전 한 시민이 전북 전주에 있는 상산고등학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육부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동의 여부 결정일인 26일 오전 한 시민이 전북 전주에 있는 상산고등학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북 전주 상산고등학교의 자율형사립고 지위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졌지만, 전북교육청과 진보 교육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향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26일 전북교육청이 내린 상산고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부동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북교육청의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 지표가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고 평가적정성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부동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북교육청은 상산고에 대한 운영성과평가에서 기준점인 80점에 0.39점 모자란 79.61점을 부여하며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교육부는 전북교육청의 평가 과정에서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을 정량평가 했는데, 이는 부당한 평가라고 판단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91조3항에는 자사고 입학전형의 20% 이상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 등에서 선발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시행령 부칙에서는 자립형사립고로 출발했다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한 자사고의 경우는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상산고는 시행령 부칙에 해당하는 경우로 사회통합전형으로 정원의 3%를 뽑아왔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지난 2013년 ‘일반고 교육력 강화방안’ 발표 시 이들 자사고들에게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을 10% 수준으로 확대할 것을 권장했고, 관련 공문도 보냈던 만큼 성산고 재지정 평가 시 1.6점(4.0점 만점)을 부여했다.

교육부는 전북교육청의 평가에 대해 2013년 공문에는 ‘일반고만 해당’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성산고에는 정확히 안내되지 않았고, ‘2015~2019년 고입전형 기본계획’ 수립 당시에도 성산고는 매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상산고가 사회통합전형으로 3% 선발하겠다고 제출했을 때 전북교육청이 승인했던 만큼 ‘사회통합전형 선발 10%’라는 정량평가 기준을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박 차관은 “올해 1월 전국 교육청 담당자들과 회의를 했고 사회통합전형과 관련해서는 법령에 관련 조항이 있는 만큼 재지정 평가에서 정량지표로는 하지 말자고 협의했다”며 “다른 교육청과 달리 전북교육청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2개 법무법인‧정부법무공단 등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이들은 “재량권 남용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의 최종 결정에 대해 상산고‧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북교육청‧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각각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특히 전북교육청은 권한쟁의심판 등 법적 대응도 예고하고 나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산고는 “(교육부의 결정은) 당연한 결과이자 사필귀정”이라며 “교육이 인재양성과 사회 발전 등 삶의 터전으로부터 분리해 생각할 수 없음을 다시 확인한 계기”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교육에 대해 이념적·정치적으로 접근해 학생과 학부모를 불안하게 하고 학교의 자율적 운영을 저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교총도 “교육부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았다”며 “(자사고 재지정평가가) 교육감의 권한이라고 해도 적법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전교조는 “공교육 정상화 포기선언”이라며 “교육부가 실패한 자사고 정책의 정점에 있는 상산고의 지정취소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교육사에 수치스러운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광역단위 자사고, 외국어고 등이 정원의 20%를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한 상산고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전북교육청도 “실망이라는 단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을 던져줬다”며 “정부와 교육부는 더는 교육개혁이라는 말을 담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의 결정으로 잃은 것들은 회복 불가능한 것이며 교육부는 중요한 신뢰 파트너를 잃었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며 “향후 법적 대응은 법률적 검토를 거친 후에 말하겠다”고 말했다.

자사고 재지정에서 탈락한 전주 상산고등학교 학부모들이 지난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이 자사고 평가에서 타시도 교육청 보다 10점 높은 기준 점수를 선정한 것은 권한 남용이라며 교육부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사고 재지정에서 탈락한 전주 상산고등학교 학부모들은 지난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이 자사고 평가에서 타시도 교육청 보다 10점 높은 기준 점수를 선정한 것은 권한 남용이라며 교육부에 항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