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올 상반기 실적은 상승했지만 ROE 여전히 낮아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대비 순이익마저 감소
“비은행 강화 움직임에 금융지주 내 증권사 역할 더욱 중요해질 것”

자료=상반기 각사 영업보고서 기준. / 표=시사저널e
자료=상반기 각사 영업보고서 기준. / 표=시사저널e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강화 움직임에 따라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두 증권사 모두 올 상반기에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두 증권사 모두 그룹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못 미치고 수익성도 다른 계열사에 비해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잠정 순이익 1조9145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순이익 1조8368억원을 기록한 KB금융지주를 근소하게 따돌리고 이른바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그동안 리딩뱅크 지위를 이어온 KB금융지주는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신한금융지주에 밀리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두 국내 대표 금융지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 계열사들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은행 부문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비은행 부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 계열사들은 금융지주 내에서 자본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 실제 KB증권은 자본 규모가 4조6021억원으로 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자본 총계가 3조4000억원대인 신한금융투자 역시 신한은행, 신한카드 등에 이어 상위에 속한다. 

하지만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올 상반기에는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KB증권의 경우 올 상반기 168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5% 증가한 것이자 2017년 1월 KB증권과 현대증권의 통합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이다. 

그렇지만 자본 대비 수익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KB증권의 올 상반기 실적 기준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53%로, KB증권보다 ROE가 낮은 계열사는 12개사 중 3곳뿐이다. 만일 KB증권이 증권사 상위 ROE 수준인 11%의 ROE를 보였다면 올 상반기 리딩뱅크 자리도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9.19% 수준으로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신한금융지주가 1위를 수성했는데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상반기 순이익 1428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9% 줄어든 수치다. 같은 은행 계열 증권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올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증가해 그룹 실적에 그나마 보탬이 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룹 내 순이익 비중도 올 상반기 7%로 지난해 8%보다 낮아졌다. 더불어 상반기 실적 기준 연환산 ROE는 8.3% 수준으로 신한카드(9.3%), 오렌지라이프(9.4%) 등의 계열사보다 낮다. 

다만 지주 차원에서 증권사들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향후 실적에 대한 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을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그룹의 지원을 받아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그렇게 되면 신한금융투자는 자기자본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서 초대형투자은행(IB)으로 발돋움한다. KB증권 역시 올해 은행 출신 대표를 앉혀 증권과 은행 시너지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도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 측면에서도 금융지주의 증권사 키우기는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신한금융투자나 하나금융투자 등은 그룹 지원을 받아 최근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리딩뱅크 싸움의 승부를 좌우할 이들 간의 금융지주 대리전을 지켜보는 것도 앞으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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