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헝가리에 전지박 전진기지 설립···“두산重 가스터빈, 하반기 가시적 성과”
‘고난의 연속’ 두산그룹, 2Q 계열사 고르게 실적 향상···'흐름 이어가기' 숙제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를 뒤로한 채 ‘미래 먹거리’로 분류되는 사업을 향해 본격 시동을 걸고,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기술개발도 속속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두산그룹은 계열사에서 촉발된 유동성 위기로 인해 그룹 전반에 재무 불안정성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현재까지 계속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핵심 매출 창구로 평가받던 원전사업에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최근 수년간 고군분투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두산그룹 계열사들은 지난 2분기 고른 성적을 거두며 ‘반전’을 예고했다.

그룹 지주사 두산은 지난 4월 연료전지사업(가칭·두산퓨얼셀)과 소재사업(가칭·두산솔루스) 등의 분사를 예고한 바 있다. 다음달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오는 10월 별도법인으로 분사시키겠다는 복안인데,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 내 14만4000㎡ 부지에 생산공장을 착공하며, 신사업 본격화의 마중물을 부었다.

전지박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부품이다. 관련 시장은 향수 수년 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럽은 중국·북미 등과 더불어 3대 배터리 수요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주요 배터리 생산업체들은 완성차 공장이 밀집한 독일·프랑스와 가깝고 유럽 내에서 인건비가 저렴한 동유럽에 앞다퉈 전진기지를 세웠다.

LG화학은 폴란드에,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등은 헝가리에 각각 생산 라인을 설치한 후 점차 증설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삼분하는 중국·일본 업체들의 배터리 공장들 역시 독일 및 동유럽 지역에 집중돼 있다. 두산은 이들 생산업체에 전지박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럽 내 첫 번째 전지박 공장이기에 충분한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가 나온다.

착공된 공장에서 예상되는 전지박 연산량은 5만톤이다. 이는 전기차 220만대에 공급이 가능한 규모다. 업체도 이를 바탕으로 유럽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을 숨기지 않았다. 공장 착공식에서 동현수 두산 부회장은 “관련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전략적으로 투자한 것이 결실을 맺게 됐다”며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고품질 전지박을 생산해 유럽 최고의 생산 거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지주사 두산이 ‘탈원전의 간접 피해자’라면 직접적인 피해자라 할 수 있는 두산중공업은 대형 가스터빈을 통해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모양새다. 가스터빈은 LNG화력발전소에 사용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가스터빈은 모두 외국산이다. 해당 기술은 2013년 정부 국책과제로 선정됐고, 이를 두산중공업이 맡아 그간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가스터빈 시장은 미국(GE), 독일(지멘스), 일본(MHPS) 등이 사실상 삼분하는 구조다. 당초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했던 두산중공업 측은 지난 25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연내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앞서 5월엔 미국 민간발전사 MCV와 가스터빈 협력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당시 두산 측은 MCV가 기존에 운영 중인 가스터빈 기동 시간 향상 등을 위한 서비스 분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가스복합발전을 연계한 하이브리드 발전 분야, 현재 개발 중인 가스터빈을 기존 발전소에 적용하는 리파워링 분야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개발에 앞서 본격적인 시장 개척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라 볼 수 있다.

당시 목진원 두산중공업 파워서비스BG장은 “지난해 MCV와 체결한 가스터빈 장기 서비스 공급 계약의 성공적인 수행으로, 미국 가스터빈 애프터마켓에서 두산의 입지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두산이 보유한 대형 가스터빈 기술 역량과 기존 가스터빈 서비스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부터 과장급 이상 직원들의 임금을 낮추고, 2개월 단위의 순환휴직을 실시하는 등 고정비용 지출 경감을 위한 자구 노력을 펼쳐왔을 정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250여명의 직원을 타 계열사로 전출시키기도 했으며, 희망퇴직이 실시될 것이란 소문에 휩싸였다. 또 경쟁사로 유출된 직원도 상당하다.

한 업체 종사자는 “내부적으론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상당한 기대감을 품고 있다”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게 될 열쇠로 보고 있으며, 관련 개발이 실패하거나 사업 확장에 실패하게 된다면 회사가 더 큰 어려움과 마주칠 것이란 두려움까지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공감대가 바탕이 돼 가스터빈에 대한 기대감이 전사 차원에서 지대한 상황이라는 의미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 온 두산그룹이 2분기에 기대 이상의 호성적을 받아들었는데, 박정원 회장은 이를 유지·확대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며 “신사업들의 성공적 안착을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은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4조9883억원, 영업이익 4566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2분기 대비 각각 5.1%, 4.2% 상승한 수치다. 두산중공업은 3조9776억원의 매출과 385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8%, 6.3%의 신장률을 보였다. 그밖에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켓 △두산건설 등 핵심 계열사들도 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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