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슬롯신청 배정불가 통보 비율 23.7%···전년比 9.2%p 증가
인천공항 슬롯 포화 현실화···사업 확장 노리는 LCC 직격탄

국적항공사의 인천공항 슬롯신청 배정불가 비율이 지난해 급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슬롯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다. 배정불가 비율은 앞으로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인천공항 진출을 노리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시사저널e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방항공청이 집계하고 있는 국적항공사 8곳(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이스타항공·에어서울)의 ‘슬롯신청 배정불가 통보 비율’이 지난해 23.7%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적항공사 인천공항 슬롯 신청 거부 비율.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적항공사 인천공항 슬롯신청 배정불가 통보 비율. /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집계를 보면 국적항공사 8곳의 슬롯신청 거부 비율은 ▲2016년 13.7% ▲2017년 14.5% ▲2018년 23.7%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년 대비 9.2%p 증가한 것이다.

슬롯은 공항 운영과 관련된 용어다. 공항의 공간과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항공사와 항공기는 언제든 늘어날 수 있다. 한정적인 공간과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공항 측은 각 항공사에 항공기가 머물 수 있는 시간대와 공간을 배분하는데, 이를 슬롯이라 칭한다.

◇ 인천공항 슬롯 포화 현실화

유독 지난해 배정불가 비율이 급상승한 것을 두고 관계 부처 및 항공업계에선 ‘슬롯 포화가 현실화됐다’고 설명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급은 한정적인데, 수요는 매년 이어지다 보니 지난해 한계치를 넘어선 것”이라면서 “각 항공사 별 항공기 보유 대수가 늘고 있다. 이들을 활용하기 위해 신규 노선 확보가 시급한데, 그걸 위해선 또 슬롯이 필요하다. 결국 거부 비율은 지속해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사를 통해 전달 받은 2016년도와 2018년도 항공기 운용 대수를 비교해보면 8개 국적항공기의 항공기 운용 대수는 2016년 345대에서 2018년 388대로 43대 늘었다. 특히, LCC들의 항공기 운용 숫자가 적게는 2대에서 많게는 13대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배정불가 비율도 높아졌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에어서울은 2016년 0%에서 지난해 88.8%까지 올랐다. 제주항공도 2016년 17.9%에서 지난해 40%로 약 22.1%p 증가했다.

◇ LCC 인천공항 진출 비상등 켜져

인천공항 슬롯 포화는 인천공항을 통해 사업을 확대하고 새롭게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LCC들에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LCC들은 슬롯이 여유로운 지방공항에 취항해왔다. 경쟁적으로 취항을 이어가면서 지방공항 수요에 비해 공급이 늘어나는 경우가 생겼고,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이에 항공사들은 지방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을 감축하고 나섰다. 항공기는 늘어났는데, 지방에서 출발하는 운항 편수는 감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최대 수요를 보유한 인천공항 출발 노선 확대는 LCC들에게 필수적이다. 인천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지난 1분기 1768만명이다. 나머지 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532만명으로 3배가량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대구와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부산은 지난 5월 이사회를 통해 인천지점 개설을 승인하고 인천공항에 사무실 임차 신청까지 끝낸 상황이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26일 현재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슬롯의 경우 1차 신청 일자를 조율 중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LCC들이 슬롯을 찾아 지방공항으로 갔지만, 대외변수에 취약하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잉인 상황”이라면서 “결국엔 인천공항 진출, 노선 확대를 노려야 하는데 슬롯 포화가 현실화됐다면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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