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저축은행 ‘고금리 특판’ 활발
금리 우대조건 까다롭고 납입한도 낮아···‘미끼상품’ 지적

금리인하 흐름이 계속되면서 수신상품 금리도 낮아지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과 제2금융권의 고금리 예적금 마케팅이 활발하다./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금리인하 흐름이 계속되면서 수신상품 금리도 낮아지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과 제2금융권의 고금리 예적금 마케팅이 활발하다./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금리인하 흐름이 계속되면서 수신상품 금리도 낮아지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과 제2금융권의 고금리 예적금 마케팅이 활발하다.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은행을 전전하는 ‘금리 노마드족’에겐 희소식이나 정작 상품 면면을 살펴보면 우대금리 요건이 까다롭거나 납입액이 제한돼 있는 등 여러 제약이 많아 실익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 카카오뱅크 연 5%대 정기예금 특판···1초만에 100억원 한도 소진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최근 1000만 고객 달성을 기념해 연5% 이자를 주는 1년 만기 예금을 특별판매했다.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특판예금 사전응모 신청을 받았으며 고객은 문자메시지로 발송된 개별링크를 통해 가입하는 방식이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이전보다 0.25%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향후 수신금리 하락이 예고되면서 카카오뱅크의 연 5%대 정기예금은 판매 전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특판예금은 세전 연 5% 금리의 정기예금으로 최소 가입금액은 100만원이며, 최대 1000만원까지 예치가 가능한 상품이었다. 이날 기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세전 이자율은 1.13%에서 2.75%다. 연 1%대 예금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특판예금의 금리는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총 100억원 한도로 준비된 특판 상품은 22일 11시 예금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판매가 종료됐다. 사전신청까지 하며 정기예금 가입을 계획했던 고객들은 이벤트가 1초 만에 마감되면서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이아무개(27)씨는 “특판예금의 금리가 높아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예금을 중도해지하면서 까지 예치금을 준비해놨는데 허무하다”며 “예금에 가입하려면 청약내용을 확인하고 동의한 뒤 금액 입력, 비밀번호 설정 등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야 하는데 어떻게 5초도 안 돼 한도가 소진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카오뱅크 고객인 박아무개(29)씨도 “100억원이면 최대 1000만원씩 예금해도 1000명이 가입할 수 있는 금액”이라며 “그럼에도 1초 만에 마감된 걸 보면 주최 측이 일정 금액을 미리 배정해 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벤트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사전신청을 거친 뒤 22일 날 11시에 선착순으로 정기예금 신청을 받았고 그 결과 1300여명이 선착순에 당첨됐다”며 “금액 입력 및 비밀번호 설정 등의 과정은 선착순으로 당첨된 고객 대상으로 다시 문자가 전송되고 그 이후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 자동이체 등 우대조건에 납입액 한도도 月 10만원···‘미끼상품’ 비판

앞서 SBI저축은행의 자유적금 판매 이벤트 때도 특판 예적금의 인기는 매우 높았다. 지난 8일 SBI저축은행은 연 10%의 금리 혜택을 주는 ‘사이다 자유적금’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2시간 만에 선착순 5000명을 채우며 완판됐다.

이에 힘입어 SBI저축은행은 6월 24일부터 8월 11일까지 SBI저축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인 ‘사이다뱅크’에서 입출금통장을 개설한 고객을 상대로 5000명을 추첨해 2차 특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웰컴저축은행도 고금리 마케팅에 가세한다. 웰컴저축은행은 이달 29일 오전 9시부터 선착순 1만명을 대상으로 연 6% 금리를 제공하는 ‘웰컴 첫거래우대 정기적금’ 특판을 연다. 첫 거래 고객이거나 지난달 30일 이후 예적금 계좌를 개설한 경우 웰컴저축은행의 모바일애플리케이션인 ‘웰컴디지털뱅크’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에서 진행하는 특판상품들은 기준금리 1.50%의 저금리 시대에 금융소비자들의 이목을 끌만한 높은 금리를 자랑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고금리를 적용받기 위해 까다로운 우대조건을 맞춰야 할 뿐만 아니라 납입액도 크지 않아 금리 혜택이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고금리 예적금 상품들은 납입 한도가 낮고 가입 기간이 짧거나 우대조건이 까다로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SBI저축은행의 ‘사이다 자유적금’은 웰컴에 비해 우대금리 요건이 까다롭진 않으나 납입액이 최대 10만원으로 제한돼 있으며 만기 역시 1년에 불과하다. 연이율이 10%임에도 납입액 제한으로 인해 고객이 가져갈 수 있는 이자는 세전 최대 6만7027원 정도다.

웰컴저축은행도 해동 적금의 기본 금리는 3.2% 수준이다. 연 6%의 최고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선 웰컴저축은행 입출금 통장에서 8회 이상 적금계좌로 자동이체를 해야 1.0% 금리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적금 신규일부터 만기 전일까지 웰컴저축은행에 개설된 자유입출금 계좌 평균 잔액을 50만원 이상 유지해야 1.8% 우대금리가 주어진다. 까다로운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켜야만 연 6%의 고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셈이다. 특판 상품을 두고 '미끼상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에서 특히 고금리 특판 마케팅이 활발하다”며 “내년부터 적용되는 예대율 규제에 맞춰 예수금을 늘리기 위한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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