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방배그랑자이 이어 연체마케팅 재등장
‘사실상 중도금 대출 부활’ 판단 있지만 실수요자와 건설사는 긍정적 평가

대우건설이 과천주공1단지를 재건축하는 과천푸르지오써밋 사업장에서 중도금 연체 허용 내용을 담은 특약사항을 포함했다. 사실상 대출을 지원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우건설이 과천주공1단지를 재건축하는 과천푸르지오써밋 사업장에서 중도금 연체 허용 내용을 담은 특약사항을 포함했다. 사실상 대출을 지원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3.3㎡ 당 평균분양가 4000만 원 고가분양 시대를 연 과천 푸르지오 써밋(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에서 사실상 중도금 대출 역할을 하는 '연체마케팅'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연체마케팅은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방배그랑자이(방배경남 재건축)에 이은 두 번째다. 일각에서는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을 검토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는 정부 정책에 반하는 사례라고 비판한다. 반면 기존에 살던 집을 처분해야 목돈이 생기는 1주택자나 전세 세입자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라며 환영한다. 건설업계도 청약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오는 26일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이달 30일부터 청약일정에 돌입한다. 일반분양 물량은 506가구이며 공급물량 규모는 전용면적별로 59~151㎡까지 다양하다. 3.3㎡ 당 분양가는 유니트에 따라 최고 4200만 원대, 평균분양가는 3998만 원으로 결정됐다. 공정률 60%을 넘으면서 후분양제 적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승인을 받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조합과 시공사는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인근의 직전 분양 사업장에 견주어봤을 때 20% 이상 높게 책정했다.

눈여겨볼 것은 중도금 지급 요건이다. 이 사업장은 인근 사업장 대비 고분양가로 결정되면서 흥행 어려움이 점쳐졌다. 그러자 시공사 대우건설은 중도금 연체를 허용했다. 계약금과 함께 중도금의 일부인 1000만 원만 내면 잔금 때까지 계약을 해지하지 않는다는 특약조건을 내건 것이다. 예를 들어 전용 84㎡ 분양가는 13억8000만 원인데, 당첨과 함께 계약금(분양가의 30%, 약 2억7000만 원)과 함께 1000만 원만 지불하면 분양권 소유가 가능하다. 나머지 금액(전체 분양가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1000만 원, 잔금)은 잔금지급일에 한 번에 지불할 수 있도록 했다. 연체이자도 5.5%다. 시중은행 중도금 대출금리가 4%대인 것에 견주어보면 대출과 별 차이 없어 사실상 수분양자에게 중도금 대출을 지원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비강남권에서 3.3㎡ 당 평균분양가 4000만 원은 수요층이 청약하기에 부담된다는 이유에서 이 같은 마케팅이 도입된 것으로 해석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총 분양가 9억 원 이상 사업장은 대출 지원이 안되다 보니 시공사로선 청약 수요 창출에 애로사항을 겪는다"라며 "흥행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온라인상 한 부동산 투자 카페에서 해당 사업장에 청약을 도전할 예정이라고 소개한 30대 직장인 A씨는 "현재 전세금으로 묶여있는 돈을 내년 2월 계약만료일까지 중도금으로 활용하기 어려워 청약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중도금 연체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중도금까지 10억 원 이상 바로 지급가능 한 현금부자가 분양매물을 주워 담는 것보다 이상적이라는 평가가 줄 잇는다.

다만 정부의 정책방향에 역행하는 마케팅 수법을 버젓이 쓰고 있다는 점에서 일각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업장은 고분양가로 논란이 일고 있는데다가, 정부가 추진중인 분양가 상한제 도입까지도 피하기 위해 당초 일정보다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시공사에 도의적 책임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한 부동산 시장 조사업체 관계자는 "(이 사업장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한데다가, 대출규제를 피한 꼼수대출을 버젓이 자행한다는 시선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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