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국책은행 2대 주주 올라···현지 대형 은행 활용, 효율성 극대화
“시장 가능성 무궁무진해”···선발주자 신한은행은 기존 전략 유지 방침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의 베트남 시장 진출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신한은행이 성공적인 현지화를 바탕으로 외국계 은행 1위 자리를 지키기 있는 가운데, 최근 하나은행이 베트남 국책은행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적극적인 진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후발주자 입장에 놓여 있는 하나은행은 좀 더 효율적으로 로컬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현지 대형 은행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타 시중은행과의 경쟁에 신경 쓰기보다는 기존 성장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2일 하나은행은 베트남 자산 규모 기준 1위 은행이자 4대 국영 상업은행 중 하나인 BIDV(Bank for Investment and Development of Vietnam)의 지분 15%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BIDV는 베트남 중앙은행(SBV)이 지분 95.3%를 보유한 국영 상업은행으로 증권사와 리스사, 보험사, 자산관리회사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번 계약에 총 1조249억원을 투자한 하나은행은 베트남 중앙은행(SBV)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이번 계약으로 베트남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베트남 금융시장에서는 신한은행이 ‘외국계 은행 1위’ 자리를 지키며 선발주자로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한베트남은행은 영업점 채널 30개, 직원수 1700명으로 급성장 중에 있다. 당기순이익과 총자산은 각각 7200만 달러, 37억 달러로 2011년에 비해 손익은 3배, 총자산은 4배 증가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베트남 시장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만큼 앞으로도 베트남 사업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일에는 신한카드의 베트남 자회사 ‘신한베트남파이낸스’를 새롭게 출범하며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에 나서기도 했다.

신한은행의 가장 큰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현지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로컬 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외국계 은행 이미지를 꾸준히 개선해 나갔다.

현재 정규직원 1700명 중 97%가 현지 직원이며 지점장 34명 중 18명(53%)이 현지 지점장이다. 본부부서 부장 역시 50%가 현지인으로 구성돼 있다. 현지 고객 중심 영업으로 현재 총 거래 고객은 130만명에 달하며 메인 고객도 40만명 수준이다.

반면 하나은행은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현지 대형 은행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BIDV가 보유한 베트남 전역 1000여 개 지점과 사무소 등 방대한 영업망을 바탕으로 협업을 진행해베트남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특히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확보한 글로벌 인프라와 노하우는 하나은행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5월말 기준으로 24개국에 199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 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자체 법인이나 지점을 출범한 후 현지화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로컬 은행과 경쟁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여러 전략 중 현지 대형 은행을 통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랜 글로벌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진출 국가별로 특화된 영업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며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글로벌 노하우에 디지털 혁신을 접목해 기존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두 은행의 출혈 경쟁이 아닌 동반성장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베트남 시장이 레드오션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아직 금융거래를 하지 않는 인구가 많고 국가경제가 성장기에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기존 신한금융이 가지고 있는 파이를 빼앗는 개념보다는 두 은행 모두 현지 로컬 은행과 경쟁해 성과를 거두는 방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 역시 “베트남은 인구가 1억명에 가깝고 평균 연령층도 30대로 매우 젊은 편”이라며 “미래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돼 적극적으로 진출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특정 은행과의 경쟁에 신경을 쓰기보다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전략들을 유지해 나가면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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