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와 불친절의 역시너지에 마약사건 제보자와 기자만 ‘울다’

취재를 하다 보면 종종 기사가 엎어진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몇 달을 앙가슴을 앓았는데, 알고 보니 별문제가 아니었다면 기사로 만들어내기가 애매해진다. 그래도 공무원의 무지와 불친절로 마약사건 제보자와 기자만 울었던(?) 사례를 기록해둔다.

지난 14일 밤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마약 유통 범죄를 신고했는데 포상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과거 기자가 쓴 경찰의 범죄신고 포상금, 검찰의 마약류보상금 관련 기사를 보고 메일을 보낸다고 쓰여 있었다.

A씨의 사연은 이렇다. 대구에서 퀵서비스 일을 하는 A씨는 지난 4월 27일 오전 택배 상자에 있던 마약을 발견하고 112에 신고했다. A씨의 신고로 경찰은 필로폰을 유통하던 마약사범들을 체포했다. 이들은 지난 5월 검찰에 송치됐다.

A씨는 신고 당일 경찰서로 이동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담당 형사로부터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관련 서류에도 서명했다. A씨는 지난 5월 20일 자신의 통장에 이 경찰서 명의로 된 국고이체입금 50만원을 확인했다.

A씨는 이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마약신고의 경우 ‘경찰청 포상금’과 ‘검찰청 포상금’을 각각 지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통상 경찰청 포상금으로 알려진 포상금은 경찰서별로 최대 100만원까지 지급되는 ‘범죄신고 포상금’이며, 검찰청 포상금은 마약류보상금 지급규칙(법무부령)에 따라 지급되는 보상금이다.

A씨는 해당 경찰서에 ‘왜 검찰청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느냐’고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지급됐고, 서류가 모두 검찰로 넘어가 더 이상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답을 했다.

그러나 A씨가 대검찰청에 확인한 결과 자신이 제보한 사건에 대한 보상금 신청은 접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검찰과 경찰에 수차례 연락을 하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리는 등 수고를 해야만 했다. A씨의 제보를 받고 기자는 취재에 돌입했다.

결론은 허탈했다. A씨에 대한 검경의 포상금 및 보상금 지급은 크게 문젯거리가 될 게 없었다. 2019년도 상반기 마약류보상금은 2018년 11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처리된 사건이 신청 대상이고, A씨의 사례처럼 5월에 검찰 처분이 이뤄진 사건은 하반기에 신청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혼란은 이 사건 신고일이 4월 27일인 점에서 초래됐다.

문제는 이러한 혼란을 검경 담당 공무원들의 무지와 불친절이 심화시켰다는 점이다. 이 사건 담당 경찰관은 A씨의 사건 초기 검찰청이 마약류보상금을 지급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제는 알고 있고, 하반기에 보상금 신청을 하겠다”는 게 담당 경찰관의 해명이다.

검찰 공무원도 A씨의 민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A씨가 사례로 든 기사에 대해 해당 공무원은 “기사가 잘못됐다. 민원인이 잘 못 알고 있다”고 대응했다. A씨는 검경 사이에서 이른바 ‘뺑뺑이’를 돌았고, 기자도 취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기자는 지난 2월에도 불투명한 검찰청 마약류보상금 지급방식을 지적한 바 있다. 검사가 직접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관련 법 규정과 달리 현실은 검찰로부터 보상금을 전달받은 경찰이 대상자에게 직접 이체하는 방식으로 지급이 이뤄져 불필요한 논란이 생긴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두 사건 배경에는 모두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공무원들의 무지와 불친절한 설명이 있었다.

아쉽다. 처음부터 공무원들이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설명도 정확하게 해줬다면 민원인도, 기자도 ‘뺑뺑이’를 돌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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