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금리에 추가 금리 지불하는 ‘리스크 경감형 주담대’ 소비자 외면···금융당국 ‘헛심’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사진=연합뉴스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사진=연합뉴스

예상보다 빨리 나온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시장이 분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도 시사해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완화 정책으로 인해 금융당국이 금리 상승기를 대비해 마련했던 금리상한형 금융정책 상품도 빛을 잃게 됐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잘못된 방향 설정으로 업계에서 무의미한 비용이 발생했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은행 금통위는 이주열 총재 주재로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인하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다소 벗어난 결정으로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이달 한 차례 금리 동결 후 내달 금통위에서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금통위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소비자물가 상승률 부진 등을 고려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5%에서 2.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특히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제 상황에 따라서 여전히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은 가지고 있다”고 말해 연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국내 금융시장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자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 여론도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지난 3월 금리 상승기에 대비한 금융상품을 내놨지만 불과 4개월 만에 출시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8일 15개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주도로 ‘금리 상승 리스크 경감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대출금리의 최대 상승폭을 5년간 2%포인트로 제한하는 ‘금리 상한형 주담대’와 대출금리가 올라도 월 상환액을 향후 10년간 고정하는 ‘월 상환액 고정형 주담대’로 구성돼 있다.

당시 금융위는 “미국 FOMC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 한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향후 전반적인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고정금리보다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 대출을 선택한 차주는 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 부담 증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상한형 주담대 금리는 은행이 부담하는 비용을 일부 고려해 기존금리보다 0.15~0.20%포인트 높게 설정된다. 향후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추가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가입할 수 있겠지만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지금으로서는 무의미한 상품으로 전락해버린 셈이다.

문제는 해당 상품 출시를 위해 각 시중은행이 지불한 비용이 일종의 ‘낭비’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가 오를 것을 우려해 금융당국이 주도해 이 상품을 만들었는데 준비에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린 것으로 안다”며 “금리 상승을 고려한 당국의 의도는 알겠지만 준비에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고, 결국 지금 와서 시기가 어긋나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이 상품을 권해드릴 수는 없다”며 “해당 상품들이 현재 전혀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 금융당국이 몇 개월 동안 고생해서 모델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갑작스럽게 국제 시장 흐름이 변경된 것은 알고 있지만 여러 구성원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기적으로 흥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고객들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상품”이라며 “언젠가 금리 인상기가 되돌아올 경우 고객들이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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