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처럼 카메라 눈맞춤부터 잘 해야

취업 전선에서 멀어진 뒤 몇 년 만에 처음 본 면접이었다. 면접관 대신 네모난 모니터 앞에서 나를 소개했다. 그것도 내 얼굴을 마주하면서. 취업준비생 시절 시작 누군가 묻기만 하면 줄줄 나오던 소개가 카메라, 내 얼굴을 비춘 화면 앞에선 자꾸만 멈칫거렸다. 냉철한 인공지능(AI) 면접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지도 않았다.

지난 19일 모의 AI 면접을 접했다. 기사 쓰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체험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현재 취업 전선에 있지 않기 때문에 긴장할 이유도, 걱정도 없었다. 그럼에도 문장을 매끄럽게 완성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당황해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기도 했다. 촬영된 영상을 보고나서는 표정부터 목소리, 발음 등 고루고루 절망적이었다.

기업들은 AI 면접에 준비가 필요 없다고 얘기했다. 준비해서 잘 볼 수 있는 면접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익숙한 형태의 면접이 결코 아니었다. 사람을 보고 얘기할 기회는 하루에도 수차례 있지만 카메라와 모니터를 번갈아보면서 컴퓨터가 제시하는 제한된 시간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평소에 접하는 방식이 아니다.

크리에이터가 아니고서는 봐주는 사람도 없는데 카메라 앞에서 미소 띈 얼굴로 일관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해당 업체에 따르면 모의 AI 면접을 접한 이들 가운데 표정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들은 드물다고 한다. AI 게임의 경우 룰을 이해하기도 전에 게임이 끝나서 허무함을 자아냈다. 미리 해봤다면 룰을 몰라서 망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면접을 마치고 나니 혼이 쏙 빠졌다. 평소 말을 잘 하는 편이지만 쉽지 않았다. 나의 학교생활이나 경력, 대외활동에 대해 묻는 질문이 없어서 면접 내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상사에게 부탁하고 회유해야 하는 문제가 나올 때면 상사에 대한 경험조차 없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면접일지 어렴풋하게 가늠이 갔다.

결론은 AI 면접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기업들이 AI를 면접에 도입하는 추세가 이어질 텐데 결코 안일하게 봐서는 안 될 것 같다. AI에게 잘 보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보고 말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준비가 필요해 보였다. 사람이 아닌 카메라 렌즈와 미소를 띈 채 눈맞춤을 하고, 제한된 시간을 살피면서도 당황하는 표정은 숨기는 ‘기본’은 가져가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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