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 특정 실무자에 책임 물어 대기 발령···리더십에 상처
코오롱생과로부터 용역비 4000만원 받아···제약사 사외이사 경력도 공직 수행 족쇄

“아무리 그래도 제가 근무하는 조직의 수장인데 좀 좋게 써줘요.” 

몇 달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모 과장과 오랜만에 통화하던 중 이의경 식약처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좋은 게 좋은 건데 기자도 좋게 쓰고 싶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좋게 쓰고 싶어도 이 처장은 좋게 쓸 만한 것이 적다. 보면 볼수록 이 처장에게서는 아쉬운 구석만 보이게 된다.

우선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의 이 처장 발언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올 상반기 큰 논란을 야기한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건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허가 당시 특혜 의혹을 거론했다. 해당 의원은 “당시 인보사 허가에 개입한 관계자를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국민이 납득할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처장은 “지난 2017년 당시 심사과장은 대기발령 조치했고, 허가 담당 과장은 다른 직위로 이동시켜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답변했다. 이 발언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검찰 수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담당자를 대기발령했다는 언급은 그에게 무조건 책임을 물었다는 말인가? 

통상 이 같은 경우 보건복지부나 식약처 수장은 조직의 통솔자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 표명을 하는 것이 관행이다. 실무자에 대한 인사조치는 검찰 수사가 종료된 후 하겠다는 답변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른 수장들도 대개 그렇게 했다. 대기발령은 그렇게 쉽게 내는 인사조치가 아니다. 이 처장이 대기발령을 받은 당사자 심정을 생각해봤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이 처장에 대한 직격탄도 나왔다. 주성분이 뒤바뀐 것으로 확인돼 품목허가까지 취소된 인보사의 경제성평가 연구용역을 그가 성균관대학교 교수 시절 맡았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코오롱생과로부터 4000만원 용역비를 지급 받았던 사람이 코오롱 사태 해결을 진두지휘해서는 안 된다는, 누구나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원칙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이 처장은 본인 역할이 경제성평가 관련 연구였던 만큼 인보사의 안전성, 유효성과 관련 여부에는 떳떳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물론 의약품 품목허가와 보험약가 등재는 선후관계가 별개 절차인 것은 사실이다. 이 처장 입장에서는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등 실질적 장관 대우를 받는 차관급 공직자에게 국민들이 그 정도 도덕성은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처장이 제약사들로부터 용역비를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보수를 받은 것은 민간인 차원에서는 자랑스러운 일이다. 실제 이 처장은 경제성평가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온 스타 학자였다.

그러나 용역비를 받아 진행한 연구와 제약사 사외이사 경력은 고위 공직자인 이 처장에게는 물러날 때까지 족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처장은 모 제약사 사외이사로 3년간 3600여만원을 수령했다. 그런데 이 제약사는 현재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으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혐의는 리베이트 제공이다.

앞서도 거론했지만 이 처장은 식약처 내외부 비판에 억울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친분도 없었고, 순수하게 실력과 능력으로 발탁된 인물이다. 하지만 모든 보건의료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다. 그들이 식약처와 코오롱생과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가 할 일은 명백하다. 이 처장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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