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트협회 “일반 가맹점 수수료 0.9%까지 내려 달라”
중기부 “마트협회, 소상공인 아닌 대형 가맹점에 가까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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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트협회가 서울시의 지급결제시스템인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관제페이'라는 오명에도 정부가 활성화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던 제로페이가 가맹점들에게도 외면받는 모양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마트협회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에 현행 제로페이 수수료율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마트협회는 4000여 개 동네 마트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사단법인이다.

협회 관계자는 “제로페이 사업 계획을 철회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동네 마트가 적용받을 수 있는 제로페이 수수료율을 따져보니 일반 카드사 수수료율과 별반 차이가 없어 중기부와 서울시에 개선을 요구하고 협의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업장에 적용되는 결제 수수료율을 따져본 결과 제로페이와 신용카드 사이에 수수료율 차이가 크지 않고 일부는 오히려 제로페이가 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페이로 결제했을 때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선 직전 연도 매출이 8억원을 넘지 않으면서 상시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이어야 한다. 상시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인 가맹점 중 직전 연도 매출이 8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엔 0.3%, 12억원을 초과하면 0.5%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한국마트협회에 회원으로 등록된 마트들의 평균 매출액은 90억원, 평균 종업원 수는 30명이다. 매출액이 8억원을 넘고 상시근로자가 5명 미만인 곳도 드물어 ‘소상공인’이 아닌 ‘일반 가맹점’에 해당하는 마트들이 상당수다. 때문에 협회 회원사 대다수가 수수료율 ‘제로’ 혜택을 적용받지 못한다.

일반 가맹점은 1.2%의 제로페이 결제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연매출 5억~10억원에 해당하는 가맹점의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1.1%, 신용카드가 1.4%인 것을 감안하면 제로페이의 수수료가 체크카드보다 많고 신용카드와는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이에 한국마트협회는 현행 1.2%인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을 직불카드 수수료(1.0%)보다 더 낮은 0.9%까지 내려 달라는 내용의 건의사항을 제시한 상태다. 초기에 소상공인의 비용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제로페이가 결국 지금에 와서는 가맹점들로부터도 쓴소리를 듣게 된 상황이다.

그러나 중기부와 서울시 제로페이 담당자들은 한국마트협회 회원의 상당수가 매출액 기준 소상공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협회 회원 중 매출액이 10억원 미만인 곳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소상공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제로페이 담당자 역시 “동네 마트 중에서도 규모가 큰 마트들이 주로 한국마트협회 회원으로 가입돼 있어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회원사가 많다”며 “협회가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나 중기부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며, 제로페이에 참여하는 28개 민간결제사들의 합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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