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첫 피해 이후 8년 만에···“수사 대비해 조직적 증거인멸·은닉 행위”
‘비밀누설·정보유출’ 환경부 공무원, ‘조사 무마 뒷돈’ 전 보좌관도 재판에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권순정 부장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권순정 부장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유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마무리됐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책임자인 SK케미칼·애경산업 등 제조·판매회사 임직원과 환경부 공무원,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등 관련자 34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발생하고서 8년 만, 재수사 8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는 흡입독성이 있는 화학물질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업체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뒤 국정감사 등 내부 자료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최아무개 환경부 서기관 등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은 홍 전 대표 등 4명과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등 5명, 김아무개 필러물산 전 대표 등 2명, 이마트 전직 임원 2명, GS리테일 전 팀장 1명, 퓨엔코 전직 임원 2명 등 총 16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은 2002년~2011년 흡입독성 화학물질 클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의 안정성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SK케미칼은 안전성 부실 검증 사실이 확인되는 서울대학교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를 숨기거나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애경산업은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시작되자 연구소 직원 컴퓨터를 교체하거나 이메일을 삭제하고, 보고서 등을 숨기는 등 증거를 은닉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아무개 환경부 서기관은 금품을 받은 뒤 환경부 내부 정보를 누설하고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수뢰후 부정처사, 공무상비밀누설 및 증거인멸교사)로,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양아무개씨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가습기살균제 사건 조사를 무마해달라는 부탁으로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재판에 넘겨졌다.

살균제 관련 수사 당시 증거를 숨기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이마트 품질관리상무보 등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은 가습기살균제 사태 발생 후 검찰 수사 등에 대비해 조직적인 증거인멸·은닉 행위를 했다”면서 “기업들과 유착돼 각종 내부 자료를 유출하고, 자료를 인멸하도록 조언한 환경부 공무원, 사회적참사 특조위 소환 무마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전 국회의원 보좌관 등이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판을 위해 검찰은 ‘특별공판팀’을 구성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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