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脫아시아’ 외친 유럽 배터리 자급 노력···‘노스볼트’ 비상
  • 김도현 기자(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19.07.23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테슬라 출신 스웨덴人 설립한 스타트업···명차고장 유럽 자존심 건든 한·중·일 ‘배터리 3국’
30년 축적된 기술력 보유한 국내 업체들 기술력 따라잡기까지 시간 소요될 것”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전기차 배터리업계의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가운데 세계 3대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 내에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중·일 3국에 치중된 의존도를 낮추고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심산인데, 이에 따라 최근 스웨덴 ‘노스볼트(Northvolt)’의 성장이 기대되는 분위기다.

노스볼트는 2016년 10월 설립됐다. 테슬라 출신의 스웨덴인 피터 칼손(Peter Carlsson)과 파올로 세루티(Paolo Cerruti)가 유럽에도 ‘기가(Giga)팩토리’를 설립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고국에서 창업한 셈이다. 창립 3주년도 채 안된 스타트업 기업이다. 고용인원은 300명 수준이며, 해외 사업장도 폴란드 공장과 일본지사뿐이다. 상장은 물론 기업공개도 이뤄지지 않았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으로 대표되는 국내 ‘배터리 빅3’와 견줄 수조차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파트너사 면면은 화려하다. BMW그룹의 BMW와 미니(MINI), 스카니아(SCANIA) 등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이고 ABB, 지멘스(SIEMENS), 유럽투자은행(European Investment Bank) 등 제조·화학·금융업체들과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대부분 유럽에서 손꼽히는 대기업들이다. 최근엔 폭스바겐과 배터리생산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했다. 해당 합작법인은 2024년까지 24GWh 규모의 신규 배터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국내업체와 중국의 CATL 등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아 왔다.

업계에 따르면 해를 거듭할수록 배터리시장이 확대되기 때문에 기존 폭스바겐 배터리 공급업체들의 공급량 역시 늘어갈 전망이다. 다만 양산이 본격화되는 2024년 이후에는 자체 비중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자연히 기대공급량 및 기대수익 등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모 업체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노스볼트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에 직접 나선다 하더라도, 30년 가까이 축적된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을 따라잡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세계 굴지의 완성차브랜드들이 우수한 품질의 배터리를 외면할 수 없기에 국내업체가 받게 될 피해가 미미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었다.

일각에선 폭스바겐이 왜 노스볼트와 손을 잡았는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최근 완성차업체와 배터리업체의 협력은 도드라지는 모양새다. 서로 간의 기술유출 우려에도 불구하고 완성차업체 입장에선 생산과정을 들여다보며 우수한 품질의 배터리를 저렴한 가격에 장착이 가능하고, 배터리업체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일본의 토요타와 CATL, LG화학과 중국의 지리자동차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만 지리차와 토요타가 각각 파트너십을 삼은 배터리업체들은 모두 세계시장 점유율 1위(CATL), 4위(LG화학)의 대형업체다. 반면 폭스바겐은 신생업체를 택했다. 폭스바겐이 다수의 명차브랜들을 보유한 ‘아우디폭스바겐그룹’ 소속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유럽 내 자급자족 움직임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완성차 산업이 발달해 있고, 이에 대한 자부심이 큰 유럽에서 유독 배터리에 있어서 세계시장 10위를 독점하고 있는 한·중·일 3국 의존도가 높고, 이들이 속속 유럽 현지에 공장설립을 가하는 추세여서 ‘더는 늦어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대두된다는 분석이었다.

국내 빅3들의 경우 LG화학은 폴란드에,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에 각각 전진기지를 마련해둔 상태다. 최근엔 막대한 비용을 쏟아 확장계획까지 세웠다. 폭스바겐에 납품하는 세계1위 업체 CATL의 경우 유럽 완성차시장의 본고장 독일 현지에 배터리공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모든 배터리 업체의 점유율을 다 합해도 1% 미만 수준인 유럽이 독자노선을 위한 움직임을 개시했고, 그 결과물이 폭스바겐과 노스볼트 간 파트너십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국가들 간 협력움직임도 보인바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위해 ‘에어버스 배터리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프로젝트 투입금액만 60억 유로(약 8조원)에 육박한다. 이 중 40억유로를 양국의 35개 제조사가 분담하며, EU가 나머지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본격화 될 예정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특정 완성차업체와 협력을 구축하더라도 수많은 완성차업체들에 납품하기 위한 각 업체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중국과 일본과의 경쟁, 그리고 나아가 유럽 내에서의 도전장에도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국내 업체들 간 협력과 관계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포스트 반도체’ 배터리 산업에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
산업부
김도현 기자
ok_kd@sisajournal-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