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축구장 유세’ 검찰·선관위 엇갈린 해석
  • 주재한 기자(jjh@sisajournal-e.com)
  • 승인 2019.07.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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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선관위 행정조치에도 ‘각하’···“운동장, 연설 금지 장소 아냐”
선관위 “불기소 사유 분석해 행정조치 운용기준 조정할지 판단”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 3월30일 창원축구센터에 들어가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 사진=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 3월30일 창원축구센터에 들어가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 사진=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4·3 보궐선거를 앞두고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선거 유세를 해 논란을 일으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해 검찰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엇갈린 해석을 내놓았다. 검찰은 선관위가 행정조치까지 내린 사안에서 운동장이 ‘연설 금지 장소가 아니’라고 봤다. 선관위는 검찰의 불기소 사유를 분석해 운용기준을 조정할지 판단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황 대표는 지난 3월 30일 프로축구 케이리그 경남에프시(FC)와 대구에프시(FC)의 경기가 열린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같은 당 강기윤 후보(창원성산)의 지원유세를 펼쳤다. 빨간 점퍼 차림으로 등장한 황 대표는 관중과 악수하거나 기념촬영을 하고 손가락 2개를 펴는 방법으로 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경남FC는 이 유세 이후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사유로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제재금 2000만원의 징계도 받았다.

선관위는 황 대표의 이러한 활동이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행정조치 중 하나인 ‘공명선거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명선거 협조 요청은 선관위가 위법 선거 운동 행위에 대해 취할 수 있는 가장 낮은 단계의 행정조치다. 선관위는 축구장은 유료 입장하는 곳이어서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공직선거법 106조 2항에 따르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는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여야 한다. 선관위가 검토한 전례에 따르면, 유료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장소는 공개된 장소로 볼 수 없다. 그러나 해당 조항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선관위는 고발까지 하지 않았다. 이후 시민단체 안전사회시민연대는 황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선관위와 엇갈렸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성훈)는 지난 18일 시민단체의 고발을 각하 처분했다. 각하는 무혐의나 ‘공소권 없음’ 등 불기소 사유가 명백한 경우 고소·고발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다.

검찰은 경기장이 공직선거법상 연설금지 장소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 제80조는 선거운동 기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건물 또는 시설에서 연설·대담을 금지하지만, 공원·문화원·운동장·체육관·광장 또는 다수가 왕래하는 장소는 예외로 한다.

검찰의 처분에 시민단체는 ‘적폐’라는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운동장 유세를 한 당사자가 작은 정당이거나 유력 정치인이 아니었더라면 검찰이 똑같은 결과를 내놨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면서 “법에 규정해 놓고 처벌규정을 빼놓은 것이야말로 정치 적폐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아직 검찰의 처분서를 받아보지 못했다며, 처분 결과를 분석해 향후 대응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도 검찰 처분에 법률 및 행정조치 운용기준 변경이 필요한지 살펴볼 예정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는 유료축구장을 공개된 장소를 보지 않았는데, 검찰이 어떠한 이유로 각하 처분을 내렸는지 결정문을 받아보고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법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면 운용기준 변경 등이 필요한지 검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검찰 처분으로 운동장 선거유세가 전면적으로 허용한다고 보면 안된다”면서 “확성기 사용이나 구호 외치기 등 선거운동 범위와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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