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배출원 비중은 ‘교통’이 37%, 대책 예산의 90% 차지해
연구·대기 예보 기능 강화 필요···"미확인 배출원 확인도 시급" 지적

지난 4월 미세먼지로 가득한 서울 한강 인근 전경. /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미세먼지로 가득한 서울 한강 인근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선 가운데 정책이나 예산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산의 상당 부분이 친환경 신차 구입 보조금에 치우쳐 있고, 미세먼지 관리 인프라나 연구 쪽 지원은 미흡하다는 주장이다. 시민들에게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도 미세먼지 절감에 도움이 된다면 과감하게 집행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서울시의회 예산정책연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미세먼지 예산으로 총 2조396억원을 편성했다. 이 중 서울형 자동차 친환경등급제 도입에 8억3000만원, 운행 경유차 저공해 사업에 5374억원, 전기차 보급 및 충전 인프라 확충에 1조1940억원, 수소차 보급 및 충전 인프라 확충에 1099억원, 실내공기질 관리 강화에 1964억원, 동북아 대도시 협력 예산에 8억6000만원이 각각 편성됐다.

서울시 미세먼지 정책 및 예산 구조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미세먼지 배출원 중 50% 이상이 밝혀지지 않았다. 밝혀진 배출원 비중은 난방발전이 3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통(37%), 비산먼지(22%), 생물성 연소(2%) 순이었다.

배출원 중 교통 비율은 37%인데 전체 투자계획 중 경유차 저공해 사업이나 전기차·수소차 지원 등 자동차 분야에 90%(1조8413억원)가 몰려 있다. 반면 중소 규모 시설이나 상업용·생활 관련 시설에서도 미세먼지가 상당수 발생하지만 지원 예산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보급사나 이용자들의 일부 부담을 더 늘리고, 서울시에 산재돼 있는 배출원을 줄이는 데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서울시 예산의 대부분이 전기차·수소차 보조금 지급에 들어가는데, 이것이 과연 미세먼지 저감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시장 기능에 맡기면서 확보된 예산을 실질적으로 긴급한 다른 배출원을 줄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황인조 대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자동차 쪽으로 많이 몰아가는 분위기”라며 “자동차, 그중에서도 경유차가 주범이라고 몰아가는데, 그것이 생각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예산이 다소 과하게 편성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경유차 저공해 사업이나 수소차·전기차 보급은 예산의 범위가 다르다. 보조금 사업 단위가 커서 전체 예산 총액이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며 “반면 미세먼지 연구소 예산은 경상사업비로 연구용역과 연구과제 등 관련 기본 자료를 분석하는 예산이다. 규모로만 단순 비교하면 작을 수밖에 없다. 사업 규모에서 나오는 차이일 뿐 우선순위의 차이가 아니다”고 말했다.

보조금 삭감에 대해서는 “차량 폐차 후 신차를 구매하는 금액을 놓고 보면 지금도 사실상 보조금 자체가 많지는 않다”며 “이 보조금을 더 줄인다고 하면 정책적으로 경유차를 저공해화하고 전기차와 수소차를 보급하는 사업이 동력을 받는 데 한계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확인 배출원 파악·미세먼지 예보 기능 강화" 조언도 

미확인 배출원 파악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 교수는 “세탁소 석유 용제는 방제 시설 없이 100% 대기로 배출되면서 입자화된다. 인쇄소 작업이나 음식점 요리 등도 마찬가지”라며 “미세먼지는 화학반응으로 생성되거나 대기 중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현재는 발생원에서 발생하는 입자물질을 제어하는 데만 대책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시급한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도 고려해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 중국 등 해외 미세먼지 문제를 다룰 동북아 대도시 협력 예산은 8억6000만원에 불과하다. 또 지난 4월 발표된 서울시 미세먼지 추경 예산안에서 배출원 파악과 연구 수행을 담당할 미세먼지 연구소 운영 예산은 4억50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황 교수는 “동북아 대도시 협력 부분은 1~2년 사이에 될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꾸준히 얘기를 해야 하는 장기적인 과제이지만 예산 편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산을 적절하게 투입해서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등 국외 미세먼지 문제를 다룰 동북아 대도시 협력 부분은 쉽게 해결책이 나오지는 않지만 손 놓고 볼 수만도 없는 문제다. 서울시 미세먼지 지역별 비중을 보면 중국 등 국외가 55%로 가장 많았다. 서울시 자체 비중은 22%였으며 수도권이 12%, 수도권 외 지역이 11%였다.

미세먼지 연구소도 예산 부족으로 인력이나 장비 보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록진 서울시 미세먼지 연구소장은 “미세먼지 연구소에 대한 예산 지원이 많아지면 좋겠지만 예산 집행부서의 사정 등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아직 설립 초창기라 적절성을 논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예산이 학교나 지하철 등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하는 데 쓰이는 것에 대해서도 대기질 개선 효과보다는 학부모 등 여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황 교수는 “실내 공간에 맞는 적정 용량의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면 실내공간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그 외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으나 실외공기질엔 큰 개선 효과를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도 시민들의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에 너무 좌지우지돼서도 곤란하다”며 “박원순 시장은 정책적으로 검증이 된 사안이라면 시민 반발을 감수하면서라도 추진하는 용단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보 기능을 강화해 평상시 미세먼지 농도를 낮춰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동 교수는 ”미세머지 예보를 강화해 3일 이상 전에 미세먼지 예측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대기오염도는 이틀 전 오염 상태가 결정하기 때문에 전날 예보로 상황을 피할 수는 없다“며 ”예보기구들을 강화해서 실질적 오염도를 낮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세먼지 연구소에 대한 연구개발 예산 확대 계획을 갖고 있다”며 “미세먼지는 국가적인 문제다. 정부 차원에서 전국 단위로 각종 배출원, 미세먼지 원인 분석 등을 하다 보니 지역별 특성 반영이 미흡한 부분들이 있어서 지방자치단체가 과학적 근거를 갖고 정책 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도 서울기술연구소·서울연구원 쪽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더 앞선 우선순위에 두고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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