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송도 등에서 지자체들과 사업 방식 두고 마찰···수년째 지지부진
‘부실 시공' '오너 리스크’로 출구전략 찾던 부영에 ‘겹악재’로 작용할 듯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건설업황이 악화되면서 건설사들의 사업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중견건설사 부영 역시 호텔·레저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부영은 제주·인천 등 신사업 예정지에서 지자체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에 야심차게 추진하던 굵직한 개발들은 답보 상태에 놓였다. ‘부실 시공' '오너 리스크’로 주택시장에서 입지가 좁아든 것도 모자라 사업다각화까지 차질이 생기면서 부영은 겹악재를 맞은 모습이다.

◇2016년부터 부영호텔 건립 추진···제주도, ‘경관 사유화' '환경훼손’ 문제로 건축허가 불허

22일 업계 등에 따르면 부영이 제주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던 부영호텔 건립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공사비만 9179억원에 달하는 부영호텔 사업은 대포동 중문관광단지 내 주상절리 해안 29만3897㎡에 1330실 규모의 객실을 갖춘 부영호텔 4개 동을 짓는다는 내용이다. 앞서 부영주택은 2006년 12월 한국관광공사로부터 해당 부지를 매수했다. 10년이 지난 2016년 2월 제주도에 부영호텔 관련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부영의 야심찬 계획은 제주도와 주민,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 제주도는 개발부지 인근에 국가지정문화재인 주상절리대가 있고, 생태·경관·문화적 가치가 높아 경관 사유화와 환경파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건축허가를 반려했다. 개발 부지 앞에 위치한 주상절리는 2005년 천연기념물로, 주변 일대는 2009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제주도는 대안을 마련하기까지는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영은 제주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주지방법원에 신청 반려 취소 소송을 청구했지만,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10일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부영주택은 더 이상의 행정소송으로 도민사회를 괴롭히지 말고 재판부의 결정을 받아들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자숙과 반성 대신 소송을 지속한다면 이는 경관 사유화와 주상절리대 파괴를 강행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으며, 이는 곧 도민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영호텔 개발 예정지 위치도 / 자료=네이버 지도 캡쳐

그동안 부영은 제주도에서 각종 신사업을 벌여 왔다. 관광레저산업을 차세대 전략사업으로 설정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부영은 2011년 제주 중문단지 내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앵커호텔을 인수한 뒤 호텔부영을 개장했다. 또 호텔부영 앞 바다 쪽 부지 3만2454㎡에 휴양 콘도, 수영장, 레스토랑 등을 갖춘 지하 2층, 지상 9층 규모의 부영리조트도 운영하고 있다. 부영호텔 부지까지 더하면 주변 일대 53만5000㎡가 모두 부영 땅이다. ‘부영 왕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부영호텔 건립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면서 부영의 큰 계획은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부영은 호텔·레저사업에 이어 면세점사업에도 진출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2015년 1월 제주 시내 면세점 운영을 위한 특허를 신청했다. 당시 사업권을 두고 면세점 강자인 롯데·신라와 삼파전을 벌였다. 당시 부영은 면세사업장을 핵심 사업으로 키워 서귀포 관광 활성화는 물론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면세점 사업권이 롯데에게 돌아가면서 부영의 큰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유통업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제주 시내 면세점이라는 대형 사업을 품에 안기에는 부영이 역부족이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송도 테마파트 개발 사업, 4년째 답보···인천시 “적극 지원했지만, 약속 이행 안 해” 

부영은 제주 외에 인천 송도에서도 테마파크 개발 사업을 두고 지자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송도 테마파크 개발 사업은 부영이 연수구 동춘동 911번지 일원 49만 9575㎡(옛 대우자동차판매 부지)를 유원지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해당 부지에서는 2008년 토지 소유주인 대우자판이 영상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했으나 2010년 워크아웃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2015년 해당 부지를 3150억원에 매입한 부영이 테마파크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사업은 재개되는 듯했다. 부영은 테마파크를 개발하는 조건으로 인접한 동춘동 907번지 일원 약 53만8000㎡를 공동주택(약 5000세대) 등으로 개발하는 도시개발사업의 인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부영이 올 5월까지 테마파크 조성을 완료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부지 매입 이후 4년 넘게 설계도 등 기본 절차마저 이행하지 않아 실시계획인가는 효력을 잃은 상태다.

사업이 중단되고 부지가 장기간 방치되면서 인천시와 시민들은 부영의 태도를 지적하고 나섰다. 허종식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은 “인천시는 부영의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2017년과 2018년 TF팀까지 구성해 마스터플랜 수립과 실시계획인가 진행을 도왔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부영이 테마파크 조성에 무관심한 채 막대한 개발이익을 위해 도시개발사업만을 추진하는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밀어붙이기식 대처가 부영에 어려움을 안겨준 근본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과거 남들이 꺼려하던 임대주택사업을 밀어붙인 뚝심형 사업가”라며 “보석 기간에도 대한노인회 회장으로서 외부 활동을 해 ‘황제보석’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한 번 정한 일은 해야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논란이 된 사업장에서 부영이 입장을 굽히지 않는 데도 이 회장의 평소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뀌띔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부영의 행보가 불가피했다는 옹호론도 나온다.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은 건설사의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줄 수 있어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에게 사업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며 “부영이 지자체들과 쉽게 합의를 보지 못하는 것도 생존을 위한 발버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송도 테마파크의 경우도 수익성이 크지 않아 예정대로 테마파크를 짓는다면 자칫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