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조치 후 한일 관계 악화···국내에선 쿠팡 불매·일본에선 소프트뱅크 불매 이슈
스타트업업계 “신산업 투자하는 다국적 자본으로 봐야···투자 생태계에 악영향 미칠까 우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사진=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일본 최대 IT(정보기술)기업인 소프트뱅크그룹이 최근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해 양국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본 자본이 투자된 기업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자는 주장이 나왔고, 일본에서도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재일교포 3세인 점을 들어 불매운동 리스트에 포함하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은 소프트뱅크비전펀드·소프트뱅크벤처스를 통해 글로벌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100조원 규모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인공지능(AI), 승차공유, 로봇 등 신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차량공유기업 우버, 동남아시아 차량공유 그랩, 그래픽 드라이버 기업 엔비디아, 공유오피스 위워크 등이 대표적인 투자 대상 기업이다.

소프트뱅크는 국내 스타트업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온라인 이커머스 쿠팡이 최대 수혜자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3조4000억원가량을 쿠팡에 투자했다. 그밖에도 초기 스타트업 투자 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를 통해 중고물품 직거래 스타트업,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파트 리모델링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그러나 최근 한일 관계가 급속하게 악화되며 스타트업업계도 타격을 입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판결과 대북 제재를 이유로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그에 따라 재일교포 손 회장이 이끄는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도 때 아닌 논란을 겪었다.

국내에서는 ‘일본 자본이 들어간 제품을 사용하지 말자’는 여론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쿠팡LCC의 최대주주가 손 회장이기 때문에 쿠팡을 불매운동 리스트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 투자자가 최대주주인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쿠팡은 소프트뱅크 투자 유치를 통해 데카콘(상장 전 기업가치 10조원 달성 기업)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에 쿠팡 측은 “한국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99% 이상을 국내에서 운영한다.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해 이미 2만5000명의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연간 1조원의 인건비를 지급한다"며 “외국인 자본의 경우 KB금융, 삼성전자, 네이버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는 이 회사들과 마찬가지고, 한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한국 기업”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일본 SNS에 공유되고 있는 한국 불매리스트. / 사진=온라인사이트
일본 SNS에 공유되고 있는 한국 불매리스트. / 사진=온라인사이트

반면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가 포함된 ‘한국 불매 리스트’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 리스트는 지난 2014년 일본 내 극우 세력이 만든 리스트다. 일본 온라인 사이트, SNS에서 이 한국 불매 리스트가 다시 공유되고 있다. 이 리스트에는 농심과 롯데의 식음료, 삼성·LG의 가전제품 등이 함께 올랐다. 손 회장이 재일교포이기 때문에 소프트뱅크도 한국 불매운동에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도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일본 내에서 한국의 일본 제품 및 여행 불매가 알려지자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한국 제품도 불매하자는 혐한 분위기가 생겼다. 도쿄에서도 한국과 단교하자는 혐한 시위가 열리고 있다”며 “소프트뱅크에 대한 실질적인 불매가 이뤄진 것은 아니고 한국 불매운동 리스트가 다시 이슈화하면서 재일교포 회장을 둔 소프트뱅크도 불매 대상에 올려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벤처업계에서는 한일 관계 악화와 일본 수출규제가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투자규제 완화 및 유니콘 기업 증가 등으로 외국 투자자들의 자본이 국내에 많이 유입되고 있다.

스타트업업계 한 관계자는 “소프트뱅크펀드는 손정의 회장의 지분이 과반수이긴 하지만 해외 펀드와 기업이 일부 출자한 다국적 펀드라고 보면 된다. 특히 국가를 가리지 않고 AI나 자율주행 등 신산업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며 “국내 스타트업이 유니콘, 데카콘으로 크기 위해서는 해외 자본의 투자도 중요하다. 외교 갈등으로 인해 해외 투자 유치의 물꼬가 막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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