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확인 어려워···” 편법으로 지급받아 ‘무늬만’ 실업급여
정책
“일일이 확인 어려워···” 편법으로 지급받아 ‘무늬만’ 실업급여
  • 한다원 기자(hdw@sisajournal-e.com)
  • 승인 2019.07.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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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실업급여 지급액 늘렸는데···곳곳서 편법 이뤄지지만 막기는 어려워
실업급여 수급자 구직 활동 노력 증명 받기 위한 ‘꼼수’ 빈번
고용부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노력···추가 대책도 마련 예정”
실직한 사람의 생계를 보전해주고 재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된 실업급여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실직한 사람의 생계를 보전해주고 재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된 실업급여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실직한 사람의 생계를 보전해주고 재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된 실업급여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실업급여는 일자리를 잃어 생계가 어려워진 취약계층의 재취업을 돕고자 마련된 제도인데, 일부 실직자들이 실업급여를 지급받기 위해 편법을 쓰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일이 부정수급에 대한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실업급여 지급액은 매달 늘고 있어 정부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95년 도입된 실업급여는 일 하겠다는 의사와 능력이 있지만 취업하지 못한 사람에게 재취업 활동기간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실업자의 생활 안정과 재취업활동 유도를 위해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을 지급한다.

특히 정부는 올해 7월부터 수급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지급액과 지급 기간도 늘렸다. 고용노동부는 이달부터 실업급여 지급액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늘리고, 지급 기간도 90~240일에서 120~270일로 연장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매달 늘고 있는 추세다. 세부적으로 보면, 올해 1월 6256억원, 2월 6129억원, 3월 6397억원, 4월 7382억원, 5월 7587억원 등이다. 실업급여 예산도 올해만 7조1828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취업난·실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실업급여에 대한 지급 요건은 완화됐지만, 편법·탈법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선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한다. 최근 18개월 동안 6개월(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들어야 하고, 해고당하거나 직장이 폐업하는 등 비자발적으로 일을 그만 둬야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수급자의 경우 새 직업을 찾으려는 구직 활동 노력도 증명해야 한다.

현재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유아무개씨(28)는 “정부의 실업급여 기준에 따라 재취업을 위한 서류, 이력 활동 등을 준비해 제출하고 있다”며 “실업급여 지급액 자체가 적지 않아 취업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술한 측면도 많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자진신고 하지 않는 이상 적발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고용부도 전체 수급자에 대한 조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이를 악용해 편법으로 구직활동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실업급여를 받은 계약직 최아무개씨(54)는 “3개월 쉬는 동안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인터넷 취업사이트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그 내역을 프린트해 제출했다”며 “혹시 취업할 염려가 있어 아예 뽑지 않을 것 같은 기관에 이력서를 제출해 활동 노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물론 어떻게 보면 허위 증빙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제출한 내역을 보면 취업을 하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보여 기관에서도 그냥 넘어가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김아무개씨(27)는 “지난달 회사에서 인턴 계약 만료 후 회사 측에 요청해 사유서를 발급 받아 실업급여를 신청했다”며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취업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업급여 받기 위한 증명 쉽지만 편법 막기는 어려워

실제 22일 기자가 서울 중구와 용산구에 위치한 개인 카페, 식당 등을 방문해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하는데 증명서 가져오면 사인 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점주 대부분은 큰 의문을 품지 않는 분위기였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개인카페 점주 A씨는 “어차피 알바생들 면접을 일주일에 두 세 번 본다”며 “면접 봤는데 떨어졌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사인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식당 주인 B씨는 “증명서를 만들어주는 방법도 있지만, 마음에 걸리니 지금 면접을 잠깐 보자”며 “필요하면 명함이라도 가져가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고용부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에서 부정 적발된 금액은 총 859억8200만원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163억원 정도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부정수급액 163억원 중 90% 가까이가 실업급여(101억원), 사업주직업훈련지원금(16억5000만원), 고용창출장려금(15억4000만원), 모성보호육아지원(13억원) 등에서 발생했다.

이처럼 편법을 이용한 부정수급 사례는 점차 느는 추세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특별히 없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자진신고를 하지 않는 이상 적발하기 쉽지 않다. 전체 수급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급여 수급자 약 3%를 무작위로 추출해 부정수급 여부를 조사하다보니 곳곳에서 일어나는 편법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의도적으로 부정수급이 이뤄지는 게 문제”라면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거나 의도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제재를 가하거나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일부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일하거나 편법을 이용해 지급받는 경우도 있는데 다음번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이 제도가 정말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고용지원실업급여과 관계자는 “구직급여 수급을 위해 이직사유를 거짓으로 신고하는 것은 처벌 대상인 만큼 지방고용노동관서에 부정수급조사과를 설치해 고용보험 수사관을 배치하는 등 부정수급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부정수급 처벌 강화를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제도개선 노력도 함께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실업급여 수급자 가운데 3%를 무작위 선정해 부정수급 여부를 확인해왔는데 올해부터는 5%로 기준을 높였다”며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더 노력하면서 추가 대책도 함께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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