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기준 4대 은행 예대율 100% 육박
시중은행 가계대출 의존도 높아 예대율 상승 불가피

1분기 말 시중은행 예대율 현황 및 기업대출 비중
1분기 말 시중은행 예대율 현황 및 기업대출 비중./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새로운 예대율 적용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신(新)예대율이 적용되면 4대 은행 모두 예대율이 100%를 초과하거나 육박할 전망이다. 가계대출에 치중한 ‘전당포식 영업’에 은행들 스스로 제 발목을 잡은 결과가 나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부터 시행되는 예대율 기준이 적용되면 4대 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모두 예대율이 100%에 육박하거나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예대율은 가계대출 가중치를 15% 올리는 반면, 기업대출은 15% 낮춰 대출 비중을 산정한다.

예대율은 예금 대비 대출 비중으로 100%를 초과할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출 취급을 제한받게 된다. 새로운 예대율이 가계대출에 가중치를 더 높게 부여하는 방식으로 산정됨으로써 가계대출에 치중해온 은행은 대출 사업에 발목을 잡히게 된 셈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4대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의 예수부채(예수금)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예수금은 273조6550억원이었으며, 이어 우리은행 238조3568억원, 신한은행 236조6838억원, 하나은행 235조9396억원 순이었다.

3월말 기준 예대율은 KB국민은행이 98.2%로 가장 높았으며 신한은행 97.3%, 하나은행 96.9%, 우리은행이 96.6%로 집계됐다. 4대 은행 모두 이미 신예대율이 도입되기 전임에도 예대율이 100%에 육박한 상황이다.

문제는 시중은행 모두 대출의 절반 이상이 가계대출에 치우쳐 있어 신예대율이 적용될 경우 예대율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은 4곳 모두 절반을 넘지 못했다. 기업대출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개인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KB국민은행으로 기업대출 비중이 43.9%에 불과했다. 이어 우리은행 44.6%, 하나은행 46.4%, 신한은행이 47.7% 순으로 기업대출 비중이 대부분 40% 중반대에 그쳤다.

앞서 금융당국은 2년 전부터 가계대출에 치우친 시중은행의 대출 관행을 지적한 바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017년 7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은행이 가계대출 위주였던 국민은행화(化)됐다”며 “이대로 두고 보는 것이 감독당국의 역할로서 맞는지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은행의 대출 행태를 지적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계대출 위주의 대출 영업에 의존하는 은행들의 ‘전당포식 영업’ 관행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KB국민은행의 경우 예대율 산정 방식이 변경되면 예대율이 103%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도 예대율이 10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며, 비교적 예대율이 낮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새로운 예대율 기준이 적용되면 99%를 넘어설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율 산정 방식 변경에 대비해 3분기 중 선제적 조달과 함께 시장성 조달 규모를 줄여 단계적으로 규제 비율을 준수할 계획”이라며 “기업대출 증대와 관련해선 외화대출을 늘리고 항공기·금융 등 글로벌 우량 기업에 대한 여신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수익 다각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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