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민간 사업영역 직접 뛰어드는 정부···민간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넛지’에 집중해야

요즘 길을 걷다 보면 각종 신규 서비스들의 런칭 광고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가끔 ‘저건 죽어도 안 쓸 것 같은데···’ 싶은 서비스들이 있다. 사람마다 관심도는 다르겠지만, 꽤 많은 사람들의 외면을 받는 서비스를 기획한 주체는 보통 정부기관들이다. 현 시점에서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단연 ‘제로페이’다. 영세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등장했지만, 명분만 있고 그다지 편하지도, 빠르지도 않다.

제로페이의 별명은 관치(官治)페이다. 정부가 결제 플랫폼 시장을 지배하고자 들어왔다고 보는 시각에서 생긴 별명이다. 민간에서 이미 소비자들의 결제 편의성을 높이는 여러 서비스들이 경쟁하고 있는 시장에서 명분만으로 세금을 들이 부어 가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또 관련 금융회사들에게 계좌이체 수수료 부담과 시스템 구축 비용부담까지 떠넘기며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을 보면, 그간의 업체간 경쟁이 의미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제로페이가 부정적인 여론에 휩싸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일까. 지난달 중기부는 제로페이 운영권을 민간으로 이양하기 위해 전담 운영법인 설립 추진을 시작했는데, 여기서도 문제는 끊이지 않는다.

국내 시중은행들에 해당 법인 운영을 위한 ‘자발적’ 자금 출연을 요청한 것인데, 이를 두고 각 은행들은 눈치 싸움 하느라 바쁜 모양새다. 선뜻 출연금을 내자니 이득이 없는 사업이고, 안 내자니 정부의 미움이라도 살까 두려운 것이다.

정부기관이 추진했던 사업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낸 것은 그밖에 S택시도 있다. 서울시가 개발한 이 서비스는 시작부터 택시기사와 탑승객 모두로부터 외면 받고 지금은 민간에 서비스 개선을 맡긴 상황이지만, 정말 개선돼 다시 시장에 등장할 지는 미지수다. 개발비로 10억원이 넘는 세금이 쓰였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개발한 다양한 앱들은 항상 의도와 명분은 좋다. 하지만 일은 잘하는 사람이 해야 잘 진행되는 것이지, 착한 사람이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부가 할 일은 일 잘하는 사람이 기량을 마음껏 펼쳐 공공에 이익이 되도록 판을 만들어 주는 것이지, 직접 판에 뛰어드는 게 아니다.

지금도 수많은 스타트업들과 기업들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수많은 규제의 벽에 부딪히고, 과도한 규제에 대해서는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며 하나하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디 이들이 마음 놓고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들을 시험해보고, 경쟁할 수 있도록 ‘넛지’(Nudge :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뜻하는 경제학 용어)를 행할 줄 아는 정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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