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한국 정부,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중재위 요청···당시 일본이 거부
일본 외무상 ‘한국 중재위 불응 협정 위반’ 발언 등에 국제법 전문가들 “사실 아냐”

지난 6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가족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유가족과 변호인 등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가족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유가족과 변호인 등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19일 한국 정부에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른 중재위원회 구성에 응하지 않은 데 대해 협정 위반이라며 항의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청구권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2011년 일본이 먼저 한국 정부가 한일청구권협정에 근거해 요청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협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처럼 중재위 요청에 대한 수용은 의무 사안이 아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고노 다로 외무상은 담화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거해 중재위원회를 설치하지 못하게 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 측에 의해 야기된 엄중한 한일관계 현황을 감안해 한국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 대법원의 일련의 판결은 한일 청구권 협정 제2조를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청구권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밝혔다. 또 한국이 중재를 거부함으로써 추가적인 협정 위반이 행해졌다며 한국은 거듭된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외무성 홈페이지의 성명서를 통해 반복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이러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우선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중재위 구성 거부는 일본 측 주장대로 협정 위반 사안이 아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르면 중재위 구성 요청은 이를 꼭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 조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2011년 일본이 먼저 한국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외교 협의 요청을 거부한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8월 30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정부가 한일 간 재산 및 청구권과 관련한 분쟁을 해결하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 부작위에 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위헌을 결정했다.

2011년 헌법재판소 판결 직후, 당시 이명박 정부는 같은해 9월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일본에 한일 청구권 협정 제3조에 근거해 외교 협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일본은 청구권협정 제3조에 따른 협의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 위안부 연구센터장은 “고노 다로 외무상이 주장한 대로 중재위 요청 거부가 협정 위반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한일청구권 협정에는 강제 의무 조항 자체가 없다”며 “일본 정부가 중재위를 구성하자는 의도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깨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 센터장은 일본 정부의 이중적 잣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도 센터장은 “2011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한국 헌재의 부작위 판결 이후 이명박 정부가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라 외교 협의를 요청했으나 일본이 거부했다”며 “이 당시 일본은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판단했기에 거부한 것이다. 일본은 이처럼 국제법과 협정에 대해 이중적 자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도 센터장은 “일본은 2014년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일본산 방사능 수산물 규제에 대해 철폐를 요구했다”며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해결 의지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이는 일본이 식민지배 문제에 대해 국제법을 활용하는 방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정부의 중재위 요청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중재위를 통해 흔들려는 의도로 분석됐다. 이날 고노 외무상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한일 청구권 협정 제2조를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며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청구권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법 전문가들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제통상전문 송기호 변호사는 “일본의 한국 식민지 불법성이 있는 상황에서 국제인권법 상 국가간 맺은 조약으로 개인의 청구권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 센터장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일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 불법성과 반인도 범죄성을 전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국제인권법상 국가 간 조약으로 개인 청구권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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