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 중단 카드 71개, 새로 나온 카드는 24개 불과
“카드사의 상품 설계까지 개입하는 건 과도한 규제”

7개 전업카드사 신용·체크카드 신규출시 및 단종 현황./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7개 전업카드사 신용·체크카드 신규출시 및 단종 현황./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금융당국이 카드사가 출시하는 신상품에 대한 내부 통제를 강화한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 이후 올 들어 단종된 카드만 70개가 넘는 가운데 카드상품 신규 출시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면서 ‘알짜 카드’를 찾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출시한 신상품이 적자를 낼 경우 그 이유를 분석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내용을 담은 카드상품 수익성 분석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고 업계의 의견을 취합했다.

논의된 방안에 따르면 향후 5년간 흑자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신규 카드만 당국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신상품의 수익성을 따질 때 이익과 비용을 산출하는 기준도 변경된다. 비용을 계산할 때 일회성 마케팅비용을 새로 포함해 카드사의 과당 경쟁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아직 확정된 안은 아니지만 현실화될 경우 종전처럼 혜택이 많은 이른바 ‘알짜 카드’ 상품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의 신상품 규제로 인해 혁신적인 상품 설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객을 유치하고 상품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마케팅비용이나 카드 혜택 등을 위한 지출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데 이를 수익성 산출 기준에 반영하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중소형 카드사들에겐 이번 수익성 합리화 방안이 카드 수수료 인하에 이은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해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비용 절감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수익성 산출 기준이 엄격해지다 보면 신규 상품에 많은 혜택을 담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상품 현황을 취합한 결과, 올 들어 이날까지 발급이 중단된 카드 상품은 71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새롭게 출시된 카드 상품은 24종으로 단종된 카드 상품의 27%에 불과했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KB국민카드의 단종 카드 상품이  29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카드 17종, 롯데카드 11종, 우리카드 10종, 삼성카드 3종, 현대카드 1종의 발급이 올 들어 중단됐다. 다만 하나카드는 단종된 카드가 없었다.

신규 카드가 가장 많은 곳은 신한카드로 새로운 상품 7종을 출시했다. 이어 KB국민카드가 4종, 우리카드 6종, 하나카드 4종, 삼성카드 2종, 현대카드는 1종의 상품을 내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카드는 새롭게 출시한 카드 상품이 없었다.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이 되는 신용카드의 경우 새로 출시된 상품은 18종으로 카드사의 주력 상품보다는 제휴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연이은 카드 수수료 인하에 더해 신상품 출시 요건도 강화되면서 하반기에는 ‘알짜 카드’를 찾아보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연회비가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금융당국과 카드업계가 카드 연회비 이상의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는 출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번에 수익성 합리화 방안까지 논의되면서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결국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소비자 혜택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규제한다는 측면도 이해는 되지만 민간회사의 상품 설계까지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건 지나치다”라며 “카드사 입장에선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소비자들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에서 부가서비스 비용을 많이 부담하는 카드는 만들지 말라고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건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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