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이건희 격노 유발’ 이학수의 강남 빌딩···삼성의 뇌관 되나
  • 김도현 기자(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19.07.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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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 축적 과정 의심받고 수사선상 오른 L&B타워···이학수, 李회장 “드러내지 마” 경고 무시
삼성·MB에 불리한 증언 쏟아내는 前 삼성 2인자···“이학수 증언, 신빙성 떨어진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복심’이자 ‘삼성 2인자’로 불렸던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빌딩 건립을 강하게 반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평소 이 회장의 뜻을 거스른 적이 없었던 이 전 부회장도 빌딩 건립에 관해서는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19일 익명을 요구한 전직 삼성 고위 관계자와 법원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건립을 반대한 빌딩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L&B타워’다. 이 빌딩은 ‘엘앤비인베스트먼트’라는 법인 명의로 돼 있다. 해당 법인은 이 전 부회장의 가족 5명이 주주인 곳으로, 사실상 이 부회장 개인 회사나 다름없다.

전직 삼성 고위 관계자는 시사저널e에 “이학수 전 부회장이 김문기 상지대 전 이사장으로부터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 신축에 나섰다는 소식이 이건희 회장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됐다”며 “이에 이 회장이 이 전 부회장을 불러 다그쳤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부의 축적을 문제 삼은 게 아니라, 이를 과하게 드러내면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경고였다”고 덧붙였다.

당시의 다그침이 이학수 전 부회장 은퇴의 단초가 됐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사견임을 강조하며 “이건희 회장 입장에선 오랜 기간 쌓아왔던 신뢰에 금이 갈 만한 사건이었을 수 있다”며 “지시한 대로 움직이고, 시키기 전에 알아서 일처리를 해 오던 이학수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조언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L&B타워는 2008년 완공됐다. 2008년부터 약 2년간 이건희 회장은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꼭대기 층에 이 회장과 나란히 사무실을 썼을 정도로 그룹 내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학수 전 부회장의 세력이 가장 왕성했던 시기다. 이 회장이 복귀하고 2010년 11월 이 부회장은 갑작스레 실각했다.

당시 그의 퇴직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렸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며, 그룹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이학수 전 부회장이 향후 이재용 부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우려한 이건희 회장의 결단이 바탕이 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공통된 점은 이건희 회장의 심복 자리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우려를 샀던 이 빌딩은 오늘날 삼성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다스의 미국 변호사 비용을 삼성이 대납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재판에서 핵심 증인으로 활약해 왔다. 최근 세무당국이 이 전 부회장의 재산 형성 과정을 조사해 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러한 점이 증언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고 알려진 기업이다. 뇌물공여 혐의 여부가 핵심이다. 이 전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과 이 전 부회장 측에 불리한 증언을 해 왔다. 지난해 4월 미국에 체류 중이던 이 전 부회장은 뇌물공여 과정에서 자신의 범법행위를 담은 ‘자수서’를 들고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재판 중간에는 ‘추가자수서’를 내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이례적인 행보로 받아들였다. 통상 해외 체류 중인 피의자는 관망한 뒤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귀국길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구나 자수서까지 들고 나타났다. 한 법조계 인사는 “분명 변호사와 논의해 실행에 옮겼을 것”이라며 “자수서를 들고 조기에 귀국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귀국 직전 검찰이 이 전 부회장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과 더불어 국세청이 이 전 부회장의 재산 형성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월급쟁이 출신으로 어떻게 빌딩 등 수조원대의 재산을 축적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울러 그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느냐는 지적 또한 동시에 나온다.

박용석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 사무국장은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재판 중반, 검찰이 기소 내용을 바꾸자 이학수 전 부회장도 앞서 증언한 내용과 배치되는 증언으로 번복한 바 있다”며 이 전 부회장의 태도 변화를 문제 삼았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강훈 변호사는 “압수수색에 이어 세무조사까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증언의 신빙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조원대 부를 축적하며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 된 이학수 전 부회장과 그의 부를 상징하는 L&B타워, 빌딩의 소유주이자 이 전 부회장의 가족 회사로 알려진 엘엔비인베스트먼트 등이 수사선상에 오르며 압박을 느낀 이 전 부회장이 검찰의 요구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동시에 뇌물 사건인 만큼 해당 증언들은 이 전 대통령 외에 삼성에도 불리하게 작용되는 상황이다.

이건희 회장이 격노했다는 전언과 그 빌딩이 뇌관이 돼 재판에서 삼성을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에 대해 삼성 측은 “특별히 답변할 만한 것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학수 전 부회장이 재직했을 당시 사정을 알 만한 분들은 이미 퇴직한 지 오래다”라고 부연했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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