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새 지배구조 개편얀 발표 임박, 부친 정몽구와 다른 자신 만의 특유 R&D 중심 新조직체제···“본격 정의선 시대 앞선 마중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 하반기 ‘미완의 총수’란 꼬리표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이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추진하는 변화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래차 시대를 맞아 연구·개발(R&D)에 자본과 인력을 집중시키는 대신 불필요한 관습·체계 등을 ‘슬림화’하는 분위기다.

18일 재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 하반기 새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7월 현대모비스 분할 및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을 골자로 한 개편안이 반대급부에 부딪히자 직접 물리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칼라일그룹과의 회담에서 “여러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해 이내 윤곽이 드러날 것임을 시사했다.

지배구조 개편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현대차그룹과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해야 할 정 수석부회장 입장에서도 절실한 사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미 정 수석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에 이어 그룹의 ‘얼굴’로 자리매김 하는 데 성공했다”며 “하반기 발표될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정 수석부회장이 ‘완전한 총수’로 발돋움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평가했다.

이 때문인지 최근 현대차그룹의 행보를 두고 ‘본격 도래할 정의선 시대의 마중물’로 해석되는 경향이 짙다. 실제 정 수석부회장은 올 초부터 다양한 새로운 시도를 바탕으로 단기간 내 그룹의 색(色)을 유연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변화시켰다. 대표적인 사례가 복장 자율화다. 앞서 도입한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규제의 벽을 완전히 허물어 ‘판교 못지않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직급도 간소화됐다. 타 기업과 달리 이사대우 등 세세한 임원직함이 유지돼 온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큰 변화였다. 이사대우·이사·상무 등이 ‘상무’로 통합돼 ‘사장-부사장-전무-상무’ 순의 체계를 갖췄다. 별안간 상무가 된 일부 임원진들 사이에선 “영전한 느낌”이라며 우스갯소리가 유행처럼 번졌으나, 이내 임원규모 축소 소식이 전해졌다.

그룹 안팎에서는 임원축소가 사실 상 조직슬림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조직 간소화가 추진되고 있다”면서 “임원감축을 시작으로 점차 자동화설비가 갖춰진 생산라인 관리직급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감원이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R&D인력의 경우 슬림화 대상에서 제외”라며 “오히려 그 규모를 대폭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정기공채를 폐지했다. 필요한 인력을 수시로 뽑아 쓰겠다는 의미였다. 동시에 그룹 내 R&D조직 재정비가 이뤄졌다. 의왕·남양·마북 연구소 등의 일부 부서들의 재배치가 이뤄졌다.

최근에는 R&D본부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당초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설계·전차·차량성능·파워트레인(PT) 등 5개 구조의 체계를 제품통합개발·시스템·PM 등으로 단순화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건립 예정된 그룹 통합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완공되면 현 양재동사옥을 또 다른 R&D기지로 삼을 계획이라는 전언도 나왔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대대적인 R&D 인재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반도체·전장·배터리 등 다양한 업계에서 국내뿐 아니라 중국 업체들의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 탓에 채용이 여의치 않게 되자 지난 16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사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추천인 채용’도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의 채용은 그룹 역사상 최초다.

대상은 △커넥티드카 서비스센터 기획·운영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기획·실행 △미래연구 및 신사업 기획 도출 △전문서비스·로봇신사업 기획·개발 △제네시스 고객경험 설계·운영 등이다. 실제 채용으로 이어질 경우 추천인과 채용자에 별도의 인센티브 지급도 약속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확대 실시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이 같은 움직임에 한 전장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산업을 중심으로 전장업계 전반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돼 주요 대기업들이 속속 미래먹거리로 삼는 분위기”라며 “자연히 완성차 입장에선 지금보다 더 많은 차를 양산하고 판매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연구개발 확충은 이를 위한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의 경우 글로벌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플라잉카 개발에 착수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면서 “R&D인재 확충이 이뤄지기 위해선 적지 않은 인건비 및 이들이 근무하게 될 장소들이 필요한데, 개편·슬림화 등은 정 수석부회장이 구상하는 현대차의 미래를 위한 마중물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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