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방위 열려도 여전히 '진행중'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해 들어 이동통신사의 케이블TV 업체 인수‧합병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제자리걸음만 이어지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으면서 갖가지 가설만 쏟아진다. 이 상황에서 가장 답답한 업체는 딜라이브다. 딜라이브는 수년 전 매물로 나왔지만 합산규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인수 주체인 이통사 결정도 미뤄졌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의 9부 능선을 넘었고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 관련 심사도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딜라이브 매각 건만 난항이다. KT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빅3 중 남은 한 곳인 딜라이브를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인수할 계획이었다. KT스카이라이프의 딜라이브 인수로 이통사와 케이블TV 업체 간 인수‧합병이 일단락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오래된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합산규제를 풀어줘야 할 국회는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다 최근 다시 열렸지만 합산규제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법안 2소위를 열고 합산규제 재도입과 사후규제 방안을 포함한 유료방송 규제 개편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최종 결론은 다음 달로 또 미뤄졌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여러 기업에 가능성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딜라이브는 지난 2015년부터 매물로 나왔지만 여전히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KT가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높았지만 국회의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길어지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점유율이 30%가 넘기 때문에 6%가 넘는 점유율을 지닌 딜라이브를 인수하게 되면 합계 점유율이 33.3%를 넘어서 합산규제를 위배하게 되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규제하는 것인데 방송법상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사업자가 시장의 점유율 1/3을 이상을 넘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정 기업이 유료방송 시장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졌는데 KT가 스카이라이프를 인수하면서 시장지배 우려가 커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해 6월 28일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3년 만에 일몰됐다. 일몰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합산규제 논의가 길어지는 것은 사실상 규제를 없애기 위한 진통”이라며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는 사라지고 케이블TV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활발한 인수‧합병이 이뤄지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KT는 합산규제가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타 이통사들은 케이블 인수를 앞두고 고급 콘텐츠를 확보할 방안과 미디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데 KT만 발목이 잡힌 상황”이라며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를 없애고 이통사와 케이블TV 간 시너지를 발휘할 때”라고 밝혔다.

특히 이통사의 경우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케이블TV 인수‧합병으로 가입자를 다향 확보할 수 있다. 현재로선 새로운 가입자를 끌어오는 것보다 대규모 가입자를 한 번에 끌고 오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안이다. 또 케이블TV의 콘텐츠를 활용하면 5G 시대에 맞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실제로 미국 이통사들은 케이블TV 업체와의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AT&T는 지난 2016년 CNN의 모회사인 타임워너를 인수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통사와 케이블TV 업체와의 결합이 활발한 분위기다. 이들 이통사는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한 뒤 케이블TV 결합 상품과 무료 콘텐츠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콘텐츠를 통한 판촉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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