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신규채용 인력 3만1453명 중 ‘3~4개월’ 단기 체험형 인턴이 47.5% 차지
2020년까지 총 20만5000명 채용···‘채용 전제’ 인턴은 최근 3년간 비중 줄어
올해도 2만5000명 이상 선발···‘단기적 고용지표 개선 목적’ 비판도

우리나라 고용 상황이 점차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청년층 일자리는 여전히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우리나라 고용 상황이 점차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청년층 일자리는 여전히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 확대를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상대적으로 질 좋은 민간 기업의 일자리 확충이 어렵다보니, 공공일자리를 적극 확대해 악화된 청년고용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 한해 공공기관 신규채용 규모를 2만5000명 이상 선발할 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규직 채용 부담을 느낀 일부 공공기관이 ‘체험형 인턴’ 채용으로 상당 부분을 채우면서 단기적인 고용지표 개선 효과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기관 일자리 비중을 해마다 늘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규직 신규채용은 2016년 1만8822명, 2017년 2만924명, 2018년 3만1453명이다. 이 중 체험형 인턴은 2016년 8483명, 2017년 9595명, 2018년 1만4934명에 달한다.

체험형 인턴은 근무 기간 중 채용연계형 인턴과 다르다. 채용연계형 인턴은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공공기관 근무 분위기 파악과 업무 경력을 쌓을 수 있다. 반면 체험형 인턴은 기획재정부가 지난 2008년 청년들을 대상으로 직무 역량 이해도를 높이고자 도입한 제도다. 재계약 또는 정규직 의무 전환 없이 3~6개월 간 고용해 업무 경험과 조직 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규직 채용 확대에 부담을 느낀 공공기관은 최근 채용연계형 대신 체험형 인턴 확대에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실제 단기 일자리 수를 늘리기 좋은 체험형 인턴은 2016년 8434명(전체 신규채용 인력 대비 44.8%), 2017년 9595명(45.9%), 2018년 1만4934명(47.5%)으로 점차 늘고 있지만, 실질적인 고용으로 이어지는 채용연계형 인턴은 지난 2016년 5621명(29.9%), 2017년 5794명(27.7%), 2018년 6047명(19.2%)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비율로 보면 체험형 인턴은 해마다 느는 추세지만, 채용연계형 인턴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총 20만5000명의 정규직 신규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중 올해 정규직 신규 채용은 2만5000명, 체험형 인턴은 1만8000명 채용을 예고했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체험형 인턴 제도를 확대했는데 모두 정부 기조에 따른 것”이라며 “체험형 인턴의 경우 정규직 전환 의무도 없을뿐더러 한시적인 일자리에 불과해 큰 프로젝트를 함께 하거나 중대한 일을 맡기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질적 측면 미흡해 ‘직장 체험 이벤트’ 지적도

하지만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체험형 인턴들이 할 수 있는 업무는 복사, 심부름 등 허드렛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일자리 현황을 일일이 관리·감독하지 못하다보니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럼에도 취업준비생들은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 확대를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취업에 대한 불안감에 사교육까지 받는 취업준비생들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체험형 인턴은 직무 능력을 경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알바몬이 지난 5월21일 대학생 643명을 대상으로 하계인턴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70.3%가 지원한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원할 예정’이 56.8%였고, ‘이미 지원을 마쳤다’는 13.5%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동일 조사 결과에서 59.5%의 대학생이 ‘하계 인턴에 지원할 것’이라 답한 것에 비해 10%p 늘어난 수치다.

특히 공기업·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직무 체험형 인턴에 가장 많이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공공기관에 지원한다는 답변은 48.0%로 가장 많았다. 또 인턴십 프로그램 조사 결과, ‘직무 체험형 인턴(기간 종료 시 퇴사)’에 지원한다는 답변이 41.4%로 가장 많았고, ‘가리지 않고 모두 지원’은 29.6%, ‘채용 전제형 인턴(기간 종료 후 정규직 전환)’은 28.9%였다.

직장인 박아무개씨(25)는 “작년에 한 공공기관에서 인턴을 해봤는데 이력서에 한줄 채우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어진 업무가 없었다”며 “안하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에 지원한 거였지만 ‘직무 체험’이라는 취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체험형 인턴 제도에 참여했던 김아무개씨(26)는 “단기여도 방학 기간동안 직무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원했는데 막상 인턴 기간 동안 수행한 업무는 많지 않다”며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영어 단어를 몰래 외우던 기억이 난다”고 주장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취업자 수가 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불안전한 취업자, 단기 일자리로 취업한 노인 일자리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최근 추진하는 일자리 정책은 지속 가능하거나 충분한 소득을 버는 자리가 아닌 만큼 일상적인 고용정책으로 활용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채용여력과 업무상 필요가 있는 공공기관에 일자리 확충을 요청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라면서 “정책 효과에 힘입어 청년 고용과 함께 상용직, 고용보험 피보험자 등이 증가하면서 고용 질은 개선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공공기관에서 인턴들의 업무 상황, 근로 환경이 개선되도록 모니터링,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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