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회장 가사도우미 아들 “수사기관 미적지근하다” 지적
경찰 범죄인 인도절차 밟겠다고 나선 후 김 전 회장 ‘귀국해 조사 받겠다’는 뜻 밝혀

김준기 전 DB그룹(구 동부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김준기 전 DB그룹(구 동부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성폭행 혐의를 빚는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 신청에 나선 가운데, 김 전 회장이 돌연 귀국해 조사받을 예정이라고 밝혀 관심이 쏠린다. 그가 출국한 지 2년 만인데, 이번에도 과거처럼 수사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조만간 법무부에 김 전 회장에 대해 범죄인 인도청구를 요청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치료를 목적으로 계속 체류 기간을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도 청구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출국했다. 이후 비서로부터 상습 성추행을 했다며 고소당했는데 질병을 치료해야 한다며 귀국하지 않고 있어 경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경찰이 너무 뒤늦게 범죄인 인도에 나서기로 한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범죄인 인도절차를 밟지 않다가 청와대 청원 등으로 이슈가 되자 움직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성폭행 혐의로 김 전 회장을 고소한 가사도우미 A씨 아들은 “고발 이후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인 가해자와 수사기관의 미적지근한 대응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언론보도와 함께 이렇게 청원을 올리게 됐다”고 청원 이유를 설명해 수사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경찰도 성추행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을 잡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외교부와 공조해 여권을 무효화 시키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도 요청했다. 공항에 돌아오면 바로 잡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놓긴 했지만 김 전 회장은 미국에서 변호사를 고용해 돌아오지 않았다.

강신업 변호사는 “경찰이 더욱 적극적으로 했으면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범죄인 인도절차는 중대범죄여야 하기 때문에 성추행 의혹만으론 경찰도 인도절차를 밟기 힘들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사도우미 A씨가 김 전 회장을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이 작년 1월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극 수사가 아쉽다는 해석은 여전히 남는다.

검찰 역시 김 전 회장의 방패를 뚫진 못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에 김 전 회장을 강제추방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변호사를 선임해 송환에 이의를 제기하며 버텨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기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이 사정기관발 위기를 비교적 잘 넘기는 모습을 보인 사례가 또 있었다. 2013년 5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동부그룹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해 이를 검찰에 통보했다. 이후 FIU 자료를 접수받은 검찰은 이 사건을 중앙지검에 배당하고 계좌 추적 및 회계분석을 실시해 비자금 의혹을 추적했다. 허나 당시 단독 보도를 하기까지 1년 8개월 기간 동안 해당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내사 중이라는 점과 박근혜 정권 당시 기업활동에 영향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위기 등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엔 김 전 회장이 주치의의 허락을 받아 귀국해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고 한 만큼 성폭행 및 성추행 의혹이 모두 가려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회장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양 측의 진실게임이 어떻게 결론이 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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