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름다움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해온 미국인 마크 테토가 “리빙센스”와 한국의 예술가들을 만나 나누는 깊은 이야기. 그 첫 번째 시작은 주변의 익숙한 재료로 창의적인 아트워크를 보여온 이광호 작가와 함께했다.

사진=김덕창
사진=김덕창

 

마크 테토(Mark Tetto)

JTBC〈비정상회담〉의 훈남 패널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 생활 9년 차, 북촌의 한옥 마을에 거주하며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매일 누리고 있다. 경복궁 명예 수문장을 역임하고, 한국 공예품과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한국을 가장 사랑하는 외국인 중 한 명. 앞으로〈리빙센스〉와 함께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신진 작가들을 만나 집중 조명해볼 예정이다.

 

2017년부터 2년 동안 <리빙센스>와 함께 한국의 거장 예술가들을 만나며 한국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던 마크 테토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한국의 신진 작가들을 만나 젊은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신선한 아름다움에 취해보려 한다. 첫 연재를 시작하며 그는 가장 만나고 싶은 작가로 국내외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이광호 작가를 꼽았다. 몇 년 전부터 해외와 국내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해온 이광호 작가는 전선을 짜서 만든 ‘knot-beyond the inevitable series’와 PVC를 짜서 만든 ‘obsession series’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현재 그의 작품을 가장 많이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은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곳곳에 그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으며, 본사 건물의 직원 공간과 방문객의 휴식 공간에도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차 전문 브랜드 오설록의 공간 기획을 맡아 조명과 가구를 디자인했으며, 그동안 젠틀몬스터와 펜디, 스와로브스키 등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와 아트 협업을 진행해왔다. 이광호 작가를 만나기 위해 성수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1 적동으로 제작한 의자 위에 놓인 전선을 짜서 만든 작품. 적동에 열을 가하면 영롱한 색이 표현된다. 2 전선을 짜서 만든 작품들을 작업실 바닥에 전시해 놓았다.<br>3 이광호 작가가 작업 전에 그린 스케치들./ 사진=김덕창<br>
1 적동으로 제작한 의자 위에 놓인 전선을 짜서 만든 작품. 적동에 열을 가하면 영롱한 색이 표현된다. 2 전선을 짜서 만든 작품들을 작업실 바닥에 전시해 놓았다. 3 이광호 작가가 작업 전에 그린 스케치들./ 사진=김덕창

 

M 안녕하세요? 첫 인터뷰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를 알고 찾아와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M 평소 작가님의 팬이었는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돼서 영광이에요. 이번 시즌에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었는데 제일 먼저 떠오른 분이 바로 작가 님이었어요.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설치된 작품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네, 감사합니 다. 마크 테토처럼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분이 제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다니 기분이 좋네요.

M 저뿐만 아니라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친구들이 작가님의 팬이에요. 작가님의 작품은 굉장히 신선해서 접할수록 흥미로워요. 그런데 작가님은 자신을 소개할 때 디자이너, 아티스트, 공예가 중 어떻게 불리기를 바라세요? 많이들 물어보는 질문이긴 해요. 예전에 제가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 사람인지 몰랐을 땐 저도 디자이너라고 불리길 바랐습니다. 요즘에는 해보고 싶은 일이 많다 보니 제 이름 앞에 수식어를 붙이는 게 꺼려지더라고요. 그걸 만들어놓으면 누군가 절 이해하는 데 제한을 두는것 같아서요.

M 작가로서 첫 작업을 시작할 때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건가요? 처음에는 디자 이너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당시만 해도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트렌드가 있었거 든요.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가구, 조명 등을 만들고 계속 작업을 하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공간도 만들어보고 싶고, 기회가 되면 공원이나 놀이터도 만들고 싶고요. 이제는 디자이너라기보다는 뭔가를 만드는 것에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 제 자신을 정리해가는 중이에요. 처음엔 멋진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요(웃음).

M 메이커(maker)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메이커에 가까워요. 만드는 사람이죠. 제작품을 보고 누구나 “어, 이거 이광호 작가가 만든 것 같아”라고 알아보는 게 목표라고 할까요? 의자, 조명, 신발…. 뭐든 그렇게 사람들이 알아봐 주면 정말 기쁠 것 같아 요.

성수동에 위치한 이광호 작가의 작업실. 1층은 개인 업무와 작품을 전시하고 지하에서 주로 작업한다./사진=김덕창
성수동에 위치한 이광호 작가의 작업실. 1층은 개인 업무와 작품을 전시하고 지하에서 주로 작업한다./사진=김덕창

 

M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다고 들었는데, 작품 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만들기에 빠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농사를 지으셨어요. 어릴 때부터 자주 왕래하다 보니 할아버지께서 손으로 도구를 만들어 농사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죠. 저도 옆에서 나무를 깎으며 노는 게 일상이었고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그게 직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특별한 가정에서 자란 것도 아니었거든요. 제가 살던 집은 구리였고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 집은 청평이었는데 구리는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는 곳이었고 청평은 전형적인 농촌 이었으니 저의 삶은 농촌과 떨어진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농촌에서의 시간이 제 인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 같긴 합니다. 미술을 전공한 건 제가 하도 그리고 만드는걸 좋아하니까, 친구가 그렇게 좋으면 미술대학에 진학하라고 조언해서 고등학교 때뒤늦게 미술학원이란 곳을 다니게 된 것이고요.

M 친구 덕분에 미술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거군요(웃음). 어릴 때는 주로 어떤 것들을 그렸는지 궁금해요. 만화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따라서 그리는 걸 잘했죠. 그리고 만드는 건 뭐든 좋아했어요. 망치를 두들기거나 조각을 하거나 미술 시간에 하는 활동은 뭐든 재미있었어요. 홍익대학교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것도 금속으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처음에는 주얼리 디자이너가 꿈이었어요. 액세서리 만드는 것도 좋았고, 철없던 마음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예쁜 귀걸이를 만들어줘 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러다가 4학년 때 가구 디자인, 조명 디자인 수업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가구나 조명을 만들게 되었는데 그때 매우 즐거웠어요.

M 미술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네요. 그럼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디자이너로 데뷔한 건가요? 네. 졸업하자마자 친구들과 작업실을 구해서 하나 둘씩 만들어보기 시작했어요. 전시나 페어에도 참가했고요.

M 데뷔할 때는 어떤 작품을 주로 만들었어요? 그때부터 ‘짜는(weave)’ 작품을 만들 었어요. 전시도 하게 돼서 사람들이 조금씩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짜기 시작했죠. 2006년부터였던 것 같아요.

M 저도 처음 접한 작가님의 작품이 바로 전선을 짜서 만든 작품이었어요. 의자를 처음 봤는데 재미있고 신기했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된 작업이에요? 제 어머니 취미가 코바늘뜨기셨어요. 집 안 여기저기에 코바늘로 뜬 물건들이 많았죠. 양말, 조끼, 받침대 등등 너무나 흔했어요. 저도 뭔가를 만들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하는 것처럼 해볼까 해서 시작했고요. 그러다 보니 나름 기술이 늘어서 조명도 만들고 의자도 만들고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4,5 전선을 짜는 법을 배우는 마크 테토. 코바늘뜨기를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이라고 이광호 작가는 설명했다./ 사진=김덕창
4,5 전선을 짜는 법을 배우는 마크 테토. 코바늘뜨기를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이라고 이광호 작가는 설명했다./ 사진=김덕창

 

M 어릴 때의 여러 추억을 디자이너의 노하우와 접목해 이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낸 거네요. 재미있어요. 코바늘뜨기면 보통 털실 같은 것으로 많이 하는데, 어떻게 전선 같은 소재를 활용하게 됐나요? 조명 디자인 수업을 들을 때, 과제로 조명 만들기가 있었거든요. 조명을 만들 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재료가 전선, 전구, 전기 이 3가지라고 생각했어요. 이것들로만 할 수 있는 작업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전선을 짜보게 됐고요. 그때 결과가 만족스러웠고,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일단 가늘고 기다란 재료로는 뭐든 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재료를 시도해봤어요. 가구는 좀 두꺼운 PVC로 해보고 나일론으로도 계속 연습했어요.

M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재료가 생소하니 어떤 작품이 나올지 상상하기 힘들지 않았나요? 네. 처음엔 힘들었죠. 원하는 대로 작품이 잘 나오지 않고, 재료가 두껍고 단단한 게 많으니 손도 자주 다치고요. 자세가 안 좋아지면서 허리에 통증이 심해져 치료를 받으며 작업할 때도 많았어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노하우가 생기더라고요. 너무 딱딱한 재료는 따뜻한 물에 담갔다가 사용하기도 하고 재료가 부드러워지는 액체를 바르기도 하고요. 이제는 짜기 좋게 특별히 공장에서 주문한 재료를 이용해서 만들고 있어요.

M 짜는 작업을 하다가 다른 스티로폼이나 메탈로 넘어가게 된 건 언제부터예요? 스티로폼은 짜는 작품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어요. 당시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저렴한 재료를 이용해서 특별해 보이는 것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했어요. 전선, PVC, 스티로폼 모두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죠. 그 이후에 제 작품이 사랑받고 전시 기회도 많이 생기면서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겨 금속, 대리석 같은 재료를 쓸 수 있었습니다.

1,3 적동으로 제작한 책꽂이 위에 이광호 작가와 자녀들이 만든 작품 및 소품들이 전시돼 있다. 2 작품과 식물이 어우러져 매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업실 전경. /사진=김덕창
1,3 적동으로 제작한 책꽂이 위에 이광호 작가와 자녀들이 만든 작품 및 소품들이 전시돼 있다. 2 작품과 식물이 어우러져 매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업실 전경. /사진=김덕창

 

M 언제부터 전시를 많이 할 수 있게 되었나요? 2013년부터 외국에서 전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어요. 그 덕에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아졌고요.

M 외국에서 먼저 관심을 보인 거네요! 해외의 갤러리에서 제 작품 사진을 보고 개인전을 의뢰했고, 결과가 좋았어요. 그 덕분에 다른 큰 규모의 갤러리에서도 전시를 할 수 있었고요. 처음에는 캐나다 몬트리올, 그다음에 미국 마이애미와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전시했어요. 그런 일들이 국내에서 기사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제 작품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졌지요.

M 제가 보기에도 짜는 작업은 국경을 초월해 어필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이탈리아계 미국 사람으로서 작가님 작품을 보고 할머니와 어머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어느 나라 사람이든 이 작품을 보자마자 떠오르는 추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제 작업에 대해 물어보면 ‘주변에서 다 짜기에 저도 짜봤어요’가 솔직한 대답이에요(웃음).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전시할 때도 설명하기가 쉬워요. 누가 봐도 짠 작품이고,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죠.

M 짜는 행위는 보편적이지만 작품을 보고 이광호의 작품이라고 알아보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나만의 색깔, 나만의 차별성 같은 것은 어떻게 발견했는지 궁금해요. 쉽지는 않겠지만 아직까지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지금 정확하게 제가 가진 철학이 무엇인지, 내 안의 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지금도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하거든요. 저는 작업 기간이 겨우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이제까지 해온 것만으로 “나는 이거야”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차근차근 나아가려고 해요. 시간이 지난 후, 이런 생각을 얻기 위해 그 과정을 거쳤구나 생각하게 될 날이 오게 되겠죠.

이광호 작가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 (재)예올 올해의 젊은 공예인상, 브라질 디자인아트마켓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김덕창
이광호 작가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 (재)예올 올해의 젊은 공예인상, 브라질 디자인아트마켓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김덕창

 

M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미리 결정하는 것보다 그 여정을 따라가며, 미래의 어느 시점에 회상하며 알게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작가님은 여러 재료를 활용해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잖아요. 짜는 것, 스티로폼, 메탈 각각 장르는 다르지만 작가님이 생각하는 공통점이나 연결고리가 있나요? 제가 사용하는 재료는 다양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같은 주제에서 나와요. 이 재료가 가진 가능성이나 아름다움을 찾는 게 가장 큰 주제예요. 탄생하는 작품의 형태는 다르지만 제가 재료들을 다루며 갖게 되는 생각이 같다는 뜻이에요.

M 저도 작가님의 스티로폼 작품을 보고 스티로폼의 매력을 느꼈거든요. 새로운 재료의 매력을 알려주어서 감사해요. 앞으로 사용해보고 싶은 재료는 어떤 것들이에요? 요즘은 나무와 돌을 본격적으로 다뤄보고 싶어요.

M 자연에서 온 소재네요. 예전 인터뷰를 보면 작가님은 자연을 표현하고 싶다고 얘기하셨는데, 작가님이 그동안 주로 사용해온 소재는 오히려 그 반대되는 성질이라서 흥미롭기도 했어요. 자연스러운 것들에 관심이 많아서 짚으로 작업을 해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자연과 자연스러운 건 다른 성질이더라고요. 자연은 그 자체여야 하지, 아무리 자연의 재료를 가지고 뭘 만든다고 한들 그게 자연이 되지 않잖아요? 실내 공간에 아무리 나무를 심어도 그건 인위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행위의 자연스러움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제 할아버지가 농사일을 하실 때 나뭇가지로 도구를 만드는 행위,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고, 저 역시 그런 방식의 작업을 추구하게 된 것이고요.

작가는 재료가 가진 가능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사진=김덕창
작가는 재료가 가진 가능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사진=김덕창

M 재미있는 말씀이에요. 인위적인 재료를 가지고 과정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주는 것, 스티로폼을 잘라서 자연스럽게 라인이나 선이 나오는 것, 스티로폼을 자르면 자연스럽게 특정한 모양이 나온다는 게 저에게는 신선했어요. 재료가 가진 본연의 가능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도 제가 추구하는 작업 방향이에요. 원래 알고 있던 재료의 특성을 보여주는 거죠. 스티로폼을 열선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자르면 열과 전기가 스티로폼 표면에 마찰이 되면서 표현되는 표면이라든지, 금속도 단순히 어떤 금속의 재질이나 무거움, 이런 것이 아니라 재료가 가진 색이 열을 가했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표현하고요.

M 사람들이 작가님의 작품을 어떤 식으로 경험하는 걸 원하나요? 제가 만든 것들을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저도 항상 궁금해요. 그런데 그건 그분들의 몫이죠. 저는 의자라고 만들었지만 어떤 분은 책을 올려놓는 도구로 사용하거나 화분을 올려놓기도 하죠. 사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가치 있게 쓰는지가 중요하고, 저도 그런 모습이 정말 궁금하고 직접 확인하고 싶을 때가 많아요.

M 디자이너로서 꿈을 이루셨는데,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저는 여정이라는 말이 좋아요. 너무 급하게 목표를 잡으면 그 목표에 다다르지 못했을 때 느끼는 실망감이 큰 것 같아요. 저도 아이를 키워보니 알게 되는 것들이지만, 뜻한 대로 되지 않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 인생을 길게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좋은 일과 나쁜 일들을 겪게 되고, 그 후반기에 돌아봤을 때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자신을 칭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조급해 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저도 특별한 기술은 없었지만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해서 지금 이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M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에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만나서 또 얘기 나눌게요. 네, 오늘 대화 즐거웠습니다.

 

며칠 후, 서울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앞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다시 만난 이광호 작가와 마크 테토. 로비와 5층의 휴게 공간에 설치된 작품들을 관람하며 이야 기를 나누었다. 이 건물에 전시된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 이광호 작가가 그동안 작업 해온 작품의 흐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작품들이 그들을 반겼다.

1,2 아모레퍼시픽 본사 로비에 설치된 이광호 작가가 만든 스툴. 로비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시각적으로도 즐거운 휴식을 제공한다./사진=김덕창
1,2 아모레퍼시픽 본사 로비에 설치된 이광호 작가가 만든 스툴. 로비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시각적으로도 즐거운 휴식을 제공한다./사진=김덕창

 

M 안녕하세요! 다시 뵙게 되니 정말 반가워요. 휴게 공간이 정말 아름다운데요. 곡선의 작품과 나무, 멀리 보이는 풍경이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운 공간이 탄생했 네요. 여기서 쉬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작가님이 작품만 만드는 줄 알았는데 공간 기획도 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관심사가 많다 보니 다양한 작업을 시도해 보려고 해요. 로비와 휴게 공간에 있는 작품은 주로 의자들이에요. 그리고 오설록의 공간 기획을 맡았는데 전통적인 스타일의 작업과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시키는 신선한 작업이었습니다. 조명은 스티로폼을 얇게 슬라이스해서 갓을 만들었고, 적동과 칠보로 제작한 가구와 소파 등도 디자인 했어요. 작업 규모가 크고 상업 공간이라는 특성 때문에 신경 쓸 것도 많았지만,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동료들의 도움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3,4,5 직원들의 휴게 공간에는 대리석으로 작업한 작품이, 티 하우스인 오설록 공간에는 스티로폼 조명과 PVC로 작업한 작품이 걸려 있다. 이광호 작가는 오설록 공간의 전체 기획을 맡았다. /사진=김덕창
3,4,5 직원들의 휴게 공간에는 대리석으로 작업한 작품이, 티 하우스인 오설록 공간에는 스티로폼 조명과 PVC로 작업한 작품이 걸려 있다. 이광호 작가는 오설록 공간의 전체 기획을 맡았다. /사진=김덕창

 

M 정말 멋져요. 이렇게 다양한 작업을 하신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작가님의 앞으로 활동이 더 기대됩니다. 네, 저도 더 재미있는 작업으로 마크를 초대할게요. 감사합니다.

 

리빙센스 2019년 7월호

https://www.smlounge.co.kr/living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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