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한달간 배달앱 스타트업 논란을 보며

자주 쓰는 배달대행앱이 있었다. 업계 1, 2위 기업보다 입점매장이 많아 더 자주 애용한 앱이었다. 적립금도 무려 ‘800원’이나 모았다. 배달을 자주 시켜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배달앱 포인트 적립률은 짜기로 유명하다. 하루는 친구가 배달을 시키면서 내 포인트 800원을 다 소진했다. 그런데 그 뒤로 포인트가 쌓이지를 않았다. 계속 ‘0원 적립’만 뜰 뿐이었다. 배달앱에 전화하니 포인트 적립제도가 폐지됐단다. 쥐도새도 모르게.

지난달 배달앱들이 홍역을 겪었다. 특히 배달의민족은 연예인 100만원 쿠폰, 결제 통합 서비스 출시로 인한 경쟁사 아이디 수집 논란에 휩싸였다. 요기요 또한 난수쿠폰 불법사용자 논란을 겪었다. 둘 중에서도 더 시끄러웠던 스타트업을 고르자면 단연코 배달의민족이다. 소비자들은 “유명인과 인플루언서에게는 100만원 쿠폰을 돌리면서 소비자는 할인쿠폰도 선착순으로 소량 준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배달의민족 또한 7월부터 포인트 적립을 폐지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은 황급히 일을 수습했다. 유명인들에게 뿌렸던 100만원 할인쿠폰을 폐지했다. 배민장부는 법적 문제가 없고 자영업자를 위한 통합 매출관리 서비스라고 해명했다. 배달의민족은 부당한 방식으로 경쟁사의 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며, 자영업자가 매출액 정보만 입력하는 시스템이라고 긴 입장문을 게재했다. 기자가 여론을 취재하며 느낀 건, 슬프게도 소비자들은 해명에는 잘 귀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신뢰도다.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몇 년전에 비해 굉장히 많아졌다. 꼭 한가지 배달앱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대체재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 불매운동도 이같은 맥락에서 시작됐다. 소비자들은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앱에서 오프라인의 ‘정(情)’을 기대한다. 포인트 제도는 어떻게 보면 예전 치킨집 쿠폰 10개와 비슷한 맥락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생기면, 그것은 겉잡을 수 없다. 특히 고객과의 소통을 내세운 스타트업이라면 더 뼈아프다.

배달앱들은 마케팅 비용에 수억원을 투자한다. 여느 기업이나 마찬가지로 예산에 배정돼 있다. 고객들을 직접 상대하는 배달앱들이 마케팅에 신경쓴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배달앱들이 TV광고나 마케팅, 대규모 이벤트를 하는 것은 절대 적자를 불러오지 않는다. 오히려 예산 대비 고객들을 많이 불러모을 수 있어 흑자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단 배달앱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들이 소비자를 둘러볼 때가 됐지 않나싶다. 1, 2세대 스타트업들은 국내 시장의 개척자다. 그만큼 뒤를 따르는 경쟁 스타트업들도 많아졌다. 자사 서비스를 사용한 소비자는 공동 창업자와 비슷하다.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꾸준히 돈을 썼기 때문이다. 단순히 포인트 적립제도를 복구하라는 말이 아니다. 이율보다는 고객들을 잡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재정립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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