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17일 ‘일정기간 제재’로 시작돼 다음 달이면 제재 기간 1년 채워
갑질로 시작된 제재가 갑질로 끝나지 않도록 국토부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

“갑질 경영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진에어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신규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 등 제재하기로 결정하였음.”

국토교통부가 진에어 제재를 결정하며 발표한 문장이다. 지난해 8월 17일 국토부가 제재를 결정했으니, 한 달 후면 어느덧 제재 기간은 1년을 채우게 된다.

이슈가 1년쯤 이어지다 보니 진에어를 게임 팀으로만 알고 있던 기자의 친구들도 ‘조현민’, ‘물컵 갑질’, ‘외국인 등기이사’ 등 제재 관련 주요 키워드를 쏟아내곤 한다.

진에어 제재는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져 ‘물컵 갑질’로 시민들의 비판을 받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미국 국적으로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항공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국적 항공사의 등기이사 재직이 불가하다.

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오너 일가, 이를 관리·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이 합쳐져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불똥은 애먼 직원들에게 튀었다.

진에어는 제재로 인해 사업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신규 항공기 도입, 노선 확보가 불가하다. 직원들은 다른 항공사들이 기단을 늘리고 노선을 확보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신규 채용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해 500여명을 신규 채용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노조는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직원들은 죄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4월부터 진에어 노조는 “장관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듣고 싶다”면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의 만남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김현미 장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노조의 항변-묵묵부답’ 레퍼토리가 이어지던 도중 최근 김현미 장관이 국회에서 진에어를 언급했다.

지난 8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에어에 1년째 제재가 이어지고 있는데 과잉규제 아니냐”는 이용호 무소속 국회의원의 질문에 “진에어는 경영혁신을 하겠다고 했다”며 “최근 자신들의 경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외부 조사를 받아서 제출하겠다고 약속하고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았다. 그 결과를 보려 한다”고 답했다.

답변만 보면, 여전히 제재 해제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군다나 업계에선 조현민 전무의 경영 일선 복귀가 진에어 제재 해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오너 일가와 국토부의 잘못이 진에어의 직원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갑질로 시작된 제재가 갑질로 끝나지 않도록 국토부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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