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욕심 탓에 신고절차 무시한 채 알리기 '급급'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동통신사가 일부 지역에서 일부 단말기로만 가능한 반쪽짜리 5세대(5G) 로밍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LG유플러스는 해당 부처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서비스 발표부터 서둘렀다. 업계는 이같은 무리한 경쟁이 5G 가입자 유치와 '최초'라는 기록 경쟁에 매몰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6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스위스와 핀란드에서 5G 로밍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SK텔레콤이 먼저 스위스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스위스콤과 협업해 세계 최초로 17일부터 5G 로밍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보도는 스위스콤과의 협의에 따라 16일 오후 2시에 기사화됐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즉시 배포할 수 있는 보도자료를 작성했기에 LG유플러스의 로밍 서비스 개시 시점이 오는 19일로 SK텔레콤보다 늦음에도, 서비스 개시 사실은 대중에 먼저 알려졌다. 특히 LG유플러스는 과학기술정통부에 이용약관을 신고하지도 않고 서비스 발표부터 먼저 해 빈축을 샀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자는 전기통신서비스 관련 서비스별 요금 및 이용조건(이용약관)을 과기정통부에 신고해야 한다. SK텔레콤은 지난 12일 5G 로밍 요금제 이용약관 신고를 마쳤다.

이통사들이 이처럼 경쟁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두고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사 모두 한 국가, 한 단말기로만 5G 로밍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기에 현재로서는 영향력이 그다지 큰 서비스가 아니다. LG유플러스는 LG전자 V50씽큐 단말기로 핀란드에서만, SK텔레콤은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단말기로 스위스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많은 이용자가 사용할 수 없는 혜택임에도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고 힘 겨루기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는 통신서비스의 특성상, 또 로밍 서비스의 특성상 이용자가 직접 체감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과열 현상이 빚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도 국내에서 사용하던 최신 통신 서비스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국가에서 한 대의 5G 단말기만 되는 것은 사실상 설익은 서비스다. 게다가 5G 로밍이 가능한 국가가 한국인들의 방문이 잦은 곳이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세계 최초 타이틀에 집착하다 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영국의 보다폰이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5G 로밍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SK텔레콤은 5G 로밍 서비스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5G 기술 우위를 내세우기 위한 복안이다.

LG유플러스의 이른 5G 로밍 서비스 발표에 대해서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통신산업은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해당 부처에 신고를 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보편적이다. 신고를 하기도 전에 새로운 서비스 개시 사실을 먼저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다.

관련업계에서도 순서가 틀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해당 보도자료에는 신고를 아직 마치지 못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소식을 접한 이들은 아직 미신고 건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가 어렵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19일에 5G 로밍 서비스가 시작되기 때문에 17일나 18일에 신고를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5G 로밍 서비스에 대해 발표하지 않은 KT는 연내를 목표로 5G 로밍을 준비 중이다. KT 관계자는 “올해 안에 5G 로밍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며 “제대로 된 시점에 국내 이용자들이 많이 방문하는 여행지에서 5G 로밍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비스 국가가 한정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 곳곳에서 5G 가입자들이 5G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가장 넓은 커버리지와 좋은 품질로 로밍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답했다.

갤럭시S10 5G 단말기가 먼저 서비스된 데 대해서는 “갤럭시S10 5G 단말기가 앞서 출시됐기 때문에 테스트가 먼저 완료돼 서비스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V50씽큐도 빠른 시일 내에 서비스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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