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BOE에 물량 공급 가능성↑···"아이패드·애플워치 등 초기 물량 받을 듯"
日 화이트국가 리스트 배제시 디스플레이 업계 타격 현실화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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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 규제조치로 인해 삼성·LG디스플레이가 주춤한 때를 노려 중국이 추격에 가속을 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LCD로 이미 한국 디스플레이 점유율을 따라잡은 중국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OLED마저 위협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연장선상으로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할 경우 이 같은 타격이 현실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BOE를 선두로 정부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6세대 OLED 설비 투자를 확대하며 한국 디스플레이 추격에 나섰다. 중국 티안마는 우한 OLED 공장 장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완제품 업계도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를 주시하고 있다. 애플이 BOE를 아이폰 OLED 패널 공급선으로 검토한다는 소식도 매년 등장한다. 애플은 상징성이 큰 회사로 BOE가 아이폰에 패널을 공급할 경우 시장 판세를 뒤집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대만 디지타임스는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조치로 애플이 공급업체에 BOE를 추가할 수 있다고 중국 인터넷 매체 텅쉰과기를 인용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해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제품 공급이 어렵게 되면 애플이 BOE의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티안마는 LG전자의 스마트폰 ‘V50 씽큐’의 LCD 플립 커버를 공급했고 BOE는 LG전자와 OLED 패널 납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올 들어 아이폰용 OLED 패널 공급사 다변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간 애플 물량을 독점 수주하면서 협상력이 커진 삼성디스플레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전 세대 LCD 패널 물량 역시 샤프,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3자 공급선을 구축해온 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 가운데 일본 정부는 한국 수출 품목 중 불화 폴리이미드, 불산, 포토레지트스 등 소재의 수출 심사 방식을 개별 허가로 전환하기로 했다. 심사 기간만 약 90일 걸린다. 이중 삼성‧LG디스플레이는 불산과 불화 폴리이미드를 일본으로부터 받고 있지만, 대체 가능한 소재가 있어 실질적인 타격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애초에 2차 공급사 선정을 하던 중이었으며, LG디스플레이에 이어 내년쯤 BOE에 물량을 줄 것으로 봤다”면서 “그런데 BOE에게 물량을 줄 시점이 좀 더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이폰 물량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아이패드, 애플워치 쪽으로 우선 패널 물량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위기감은 더 커졌다. 일본 정부는 이번 소재 수출 규제의 연장선상으로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안건에 대한 대국민 의견수렴을 오는 24일까지 진행할 계획이다.내달 중 조치가 발효될 경우 약 700여개의 품목이 개별 수출허가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OLED 소재 및 장비 품목을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다. 증착장비 등 일부 제품은 일본산 외 대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투자증권 등 분석에 따르면 국내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의 지난해 일본산 수입 비중은 82.8%, 수입금액은 5억달러에 이르렀다. 사실상 이 같은 규제 조치로 인해 실제 양산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중국 업체들에겐 공급망 진입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소재 3종 수출 규제로 인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 타격은 크지 않았다"면서도 "이 전선이 확대될 경우 생산에 본격적으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업체는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등 전략 모색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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