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 유럽 건설시장에서 대형 개발 잇달아 수주
실적 개선 불구 재무건전성 악화, IPO 추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라오스 댐 붕괴 사고, 1년 넘었지만 원인 두고 라오스 정부와 대치 상태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SK건설이 지난해 발생한 라오스 댐 붕괴라는 대형 악재에도 유럽 건설시장에서 굵직한 수주고를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해외통’으로 불리는 안재현 SK건설 사장이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 모양새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안 사장의 입장에서는 한 시름 놓게 된 셈이다. 하지만 SK건설의 재무건전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데다 라오스 댐 붕괴 사고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아 안 시장의 어깨는 여전히 무거운 상태다.

16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SK건설은 지난 1분기 UAE(아랍에미리트)에서 대형 철도공사를 따낸 이후 2분기 들어 영국에서 대형 터널공사, 벨기에 PDH 플랜트공사 등 1조원대 공사를 잇달아 따냈다. 그동안 국내 업계에서 좀처럼 진출하기 어려웠던 선진 유럽 시장에서 선전했다는 점이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SK건설의 유럽 수주 시장 선전은 지난해 여름 발생한 라오스 댐 악재 우려를 보기 좋게 뒤집은 결과다. 업계에서는 라오스댐 붕괴 사고로 인한 신인도 하락으로 SK건설이 해외 수주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졌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들의 불모지였던 유럽 시장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해외통’으로 불리는 안 사장이 있다. 안 사장은 지난해 1월 SK건설 사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SK그룹은 글로벌 시장 전문가인 안 사장을 불러 부진했던 해외 수주 타개를 모색했다. SK그룹의 결정은 적중했고, 안 사장 역시 전공 분야에서 실력 발휘를 톡톡히 했다. 무엇보다 IPO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올려야 하는 안 사장 입장에서는 신규 해외 수주를 통해 큰 부담감을 털어냈다. 

다만 안 사장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실적 개선에도 재무건전성은 더 악화하고 있어서다. 이는 향후 IPO 추진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SK건설의 올 1분기 매출은 1조71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늘어났다. 영업이익(626억원)과 당기순이익(537억원)도 각각 7.3%, 7.5% 증가했다. 하지만 재무건전성은 더 나빠졌다. 올 1분기 기준 SK건설의 부채비율은 289%로 대우건설(311%)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2017년(279.0%)과 2018년(287.2%)에 이어 3년 연속 ‘위험’(300%)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대우건설(98.8%) 다음으로 높은 59.9%를 기록했다. 10대 건설사의 평균 차입금 의존도가 24.6%임을 감안하면 SK건설은 2배 이상 더 높은 셈이다.

아울러 라오스 댐 붕괴 사고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잠재적 리스크로 꼽힌다. 지난 5월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는 지난해 7월 댐 붕괴로 사상자 106명과 이재민 6000여 명을 냈던 이 사고의 원인이 산재가 아닌 인재라는 결론을 냈다. 이에 SK건설은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가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사고가 인재로 규정될 경우 막대한 피해보상금이 부과될 수 있는 만큼 사고 원인을 두고 양측의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라오스와 같은 아시아 수주 시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SK건설이 10대 건설사에서 밀려날 것이란 업계의 관측도 안 사장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SK건설은 2006년 시공능력 평가 10위권에 진입한 이후 줄곧 10대 건설사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그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호반건설(16위)과 호반(13위)의 합병으로 공사실적액과 경영평가액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 예상된다.

반면 SK건설은 재무구조가 흔들리는 데다 주택사업 규모가 줄어들고 있어, 14년 만에 10대 건설 명함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올해 시공능력 평가 순위 발표는 이달 말에 발표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호반건설 외에도 11위인 한화건설 역시 3년 연속 흑자를 낸 만큼 SK건설이 경쟁사들에게 밀릴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시공능력 평가가 최근 3년간의 지표를 종합적으로 따져서 나오는 만큼,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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