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공고 코앞인데 SK·한화 등은 기존 입장 고수
막판에 인수 조건 변경되면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한 입찰 공고 시기가 가까워졌지만 온갖 말만 무성할 뿐,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들은 대부분 인수 의사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이란 초기 예상과 달리 결국 애경그룹 홀로 치르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이달 중 아시아나항공 매각 입찰 공고를 낼 전망이다. 늦어도 2주 안에 절차가 시작된다는 것인데 여전히 인수전은 뜨겁지 않다.

전날 한 경제 매체가 최태원 SK 회장이 카타르 투자청 관계자들을 만났다는 소문이 있다며 SK가 아니아나항공 인수를 저울질한다고 보도했으나, SK 측은 곧바로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한 바 없으며 최태원 회장이 카타르 투자청 관계자를 만나 공동 인수 방안을 논의했다는 일부 보도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리했다. SK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입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며 ”어제 보낸 문자 내용 그대로가 우리 입장“이라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을 공식 부인했던 한화 역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화는 최근 미국 항공엔진 부품사 인수에 3500억원을 쓰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한화 관계자는 “검토하고 있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일반적으로 인수합병은 회사 내에서도 모를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긴 하지만 이번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그런 수준을 벗어났다는 평을 듣는다.

이런 가운데 인수전이 결국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애경그룹의 '단독 싸움'으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애경그룹이 특히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주요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는 동종업계 기업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SK그룹의 경우 주력 사업이 반도체와 정유, 통신사 등이어서 아시아나항공과의 시너지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그룹 역시 항공엔진 사업에 힘을 싣고 있긴 하지만 항공서비스 사업과 제조업 사이에 괴리가 있다. 반면 제주항공을 운영하고 있는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품에 안을 경우 실익이 명확히 보인다.

항공업계 인사는 “제주항공이 LCC(저비용항공사) 중에서 가장 크긴 하지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비교해선 인프라 등이 부족하다”며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관련 인프라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어 제주항공과의 시너지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애경그룹 측 역시 무작정 인수를 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동종업계 일원으로서 관심은 갖겠지만 인수 조건이나 다른 기업들의 동향 등을 보고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애경 측 관계자는 “지켜보고 있을 뿐, 기존 입장에서 변동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인수전은 늘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터라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는데, 결국에는 인수 조건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채권단이 지금의 조건을 변경시킬 가능성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현재 부인하고 있는 곳들도 다시 관심을 갖고 뛰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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