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열풍이었던 '대만 카스테라' 가맹점 현재 찾아볼 수 없어···단기 유행 아이템 창업 유의해야

엊그제 홍대 인근을 걷다가 매장 한 곳에 들어갔다. 전신을 태우는 햇빛에도 대기줄이 길게 늘어선 곳이었다. 그곳에서 파는 음료는 좀 특별하대서 별맛인가 먹어봤더니 달기만 하다. 수년간 알아온 그 단 맛. 기자는 유튜브의 문명특급이나 숨듣명, 와썹맨도 제대로 본 적 없는 비(非)밀레니얼한 밀레니얼 세대인데, 그날 먹은 그 음료가 요즘 그렇게 핫하다던 흑당버블티였다. 

흑당버블티. 듣기만 들었지 굳이 찾아 먹을 생각은 안하던 밀레니얼 세대에게 흑당버블티가 그렇게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앞서 적은대로 예의 그 명성에 감탄하기도 전에 일반 버블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맛에 실망부터 했다. 알듯한 흑당버블티의 버블을 씹으며 돌아다니면서 최초 방문한 그 가게를 닮은 다른 가게를 세 곳쯤 더 발견했다.   

전국이 아무리 흑당, 흑당 한다고 해도 흑당버블티 전문점이 스타벅스 만큼이나(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중 매장 수 1위) 흔할까 싶었다. 물론 점포수로는 흑당이 스벅에 한참 못미치지만 늘어나는 숫자만 봐서는 증가율이 심상찮다. 타이거슈가가 대만서 들어온 유명한 흑당버블티 전문점인데, 지난 3월 국내에 출점한 이후 이와 비슷한 브랜드만 현재 10곳이 넘는다. 

이를 어쩌지. 내 앞가림도 잘 못하는 처지에 기자는 흑당버블티를 걱정하게 된 것이다. 

영화 <기생충>의 기택(송강호 분)과 문광(이정은 분) 가족은 모두 대만 대왕 카스테로 망한 전력이 있다. 칸은 몰라도 우리는 안다. 대만 카스테라가 소시민 자영업자 몰락의 메타포라는 것을. 포슬포슬 귀여운 비주얼로 2016년 국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대만 카스테라는 한 때 관련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17개까지 팽창할 정도로 흥행했다. 그러다 1년도 안 돼 매장의 절반이 주저앉았고, 현재는 파는 곳을 찾아볼 수도 없다. "이걸 먹기 위해 1시간을 기다렸다"는 인증은 인스타그램의 과거 게시글에나 남아있는 처지가 됐다.  

흑당버블티가 자영업 몰락의 또 다른 상징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결코 기우로 멎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생명시한을 벌써 예단하고 있다. 반 년이다. 앞으로 반 년 반짝 더 팔리고 과거 카스테라처럼, 벌꿀 아이스크림처럼 언제 존재했냐는 듯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시선이다. 너도 나도 다 팔고 다 사먹어서 희소성이 떨어지는 날이 바로 흑당버블티 운명의 날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반짝 들어가 이윤을 내고 단타로 빠지는 '사업가'들이야 흑당버블티 매장을 내고 접고 또 다시 돌아오는 디저트 인기 사이클에 돈을 맡기면 되지만, 생계를 걸고 창업한 한시적 유행 아이템은 해롭다. 전문가는 "차라리 창업 5대 아이템인 치킨집, 고깃집, 호프집 분식집, 커피숍을 하시라"고 조언한다. 당장 사람이 몰리지 않더라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메뉴가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 역시 당장의 실패만 막는 단기 대책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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