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 빈곤율 OECD 최고···소득주도성장특위, 하위계층 노인에 ‘보충기초연금’ 형태 지원 검토

2016년 8월 서울 마포구 용강동 주택가에서 한 독거노인이 더위를 피해 대문 밖에 앉아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6년 8월 서울 마포구 용강동 주택가에서 한 독거노인이 더위를 피해 대문 밖에 앉아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직장에서 퇴직하는 나이가 되면 빈곤율이 급격히 늘어난다. 이미 노인 빈곤율이 인구 전체 빈곤율의 3배를 넘었다. 노인 빈곤율을 이대로 방치하면 고령화에 따라 악화될 수 있다. 이에 기초연금액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인구 전체의 상대적 빈곤율은 가처분소득 기준 13.8%인데 비해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6.7%에 달했다.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인구 전체보다 3배 이상 높았다. 2016년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전년보다 2.0%포인트 올랐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13년 기준 47.2%로 노인 빈곤율이 두번째로 높은 호주보다 13.5%포인트 컸다. 또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근로연령층의 빈곤율과 퇴직연령층의 빈곤율 간 차이가 크지 않은데 비해 한국은 그 차이가 컸다.

여유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소득보장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15일 “OECD 상당수 국가는 오히려 노인 빈곤율이 청장년 빈곤율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둘 간의 상대 배율이 5.4배다. 즉 노인 빈곤율이 청장년 빈곤율에 비해 5.4배 더 높다”며 “이는 소득의 생애주기 간, 세대 간, 계층 간 재분배가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노동시장에서 나와야 하는 51세 이후 시기부터 빈곤율이 급격히 늘어난다. 특히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노인 빈곤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악화될 수 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7년 707만명, 2025년 1051만명으로 늘어난다. 2050년 1901만명까지 빠르게 증가한다. 그 이후부터는 1800만명을 유지할 전망이다. 실제로 전체 빈곤인구 중 66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2003년 27.9%에서 2014년 49.0%로 올랐다.

자료=한국보건사회연구원, OECD
/ 자료=한국보건사회연구원, OECD

반면 한국은 노인에 대한 공적 이전이 낮다. 여유진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인에 대한 공적 지출 수준은 2013년 기준 2.23%(2017년 2.8%)다. 고령화 수준을 감안해도 OECD 평균 7.7%에 비해 매우 낮다.

◇ GDP 대비 노인 공적 지출 수준 2.23%···“OECD 평균 대비 매우 낮아” 

이에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연금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초연금액을 인상하거나 하위계층 노인에게만 ‘보충기초연금’ 형태로 기초연금액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앞으로도 노인빈곤율은 무척 높을 전망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성과 효과 측면에서 주목할 제도는 기초연금이다”며 “문재인 정부는 임기 안에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기초연금을 하위소득 70%의 노인들에게 40~50만원 수준까지 올리는 방안을 만들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우리나라 연금체계에서 하위계층 노인의 노후 소득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기초연금이 가장 강력하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노동시장 격차가 그대로 반영되기에 하위계층의 경우 인상액은 크지 않다”며 “포용 국가를 위해서는 기초연금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 하위소득 70%의 노인들의 기초연금 인상과 함께 동시에 하위계층 노인만을 대상으로 한 ‘보충기초연금’ 도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월 25만원을 지급한다. 소득하위 20% 노인에게는 최대 월 30만원을 준다. 월 30만원 지급 대상은 2020년 소득하위 40% 노인, 2021년 소득하위 70% 노인으로 확대한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기초연금액을 50만원으로 올릴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 소득대체율 기준(상시노동자 평균소득) 11.3% 수준(2021년 기준)이다. OECD 회원국들의 기초연금 소득대체율 평균 19.9%(2017년)보다 8%포인트 이상 낮다.

여유진 연구위원은 “심각한 노인 빈곤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초연금액을 기존 30만원보다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는 부정적 효과도 적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초연금은 노인층의 빈곤율을 낮춰왔다. 지난 6월 17일 박명호(홍익대 경제학부)·박대근(차의과대 데이터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재정학회가 발간한 재정학연구 최신호에 ‘기초연금제도가 소득분배 및 빈곤에 미치는 효과’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상대빈곤율은 기초연금이 없는 경우 18.6∼26.6% 사이였다. 반면 기초연금이 있는 경우는 1.5∼2.4%포인트 개선 효과가 있었다.

이 논문은 “분석 결과 기초연금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더라면 소득분배와 빈곤은 더 악화했을 것”이라며 “작년 9월 액수를 올린 정책은 긍정적이지만 인상 규모가 충분하지 않아 미약했다”고 밝혔다.

하위계층 노인에게만 보충기초연금 형태로 연금액을 인상하는 방안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구인회 소득주도성장특별위 소득재분배소위원회 위원장(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위원회에서 하위계층 노인에 보충기초연금 지원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연구용역을 맡겨 올 가을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며 “노인 빈곤율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러한 제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위원장은 노인 빈곤율을 해소하기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해 노인 수급자를 늘리고 수급액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초연금액 인상에 따른 재정 부담이다. 기초연금을 40~50만원씩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할 경우 재정 지출은 2050년에 국내총생산(GDP)의 3.3~4.0%에 달한다. 이는 2050년 기준 기초연금이 30만원일 경우 국내총생산 대비 기초연금 지출 비율 2.5%보다 0.8%~1.5%포인트 높다.

이에 대해 오건호 위원장은 “기초연금 인상에 따른 GDP 대비 지출 비율 3.3~4.0%는 초고령 사회에서 감당할 수 있고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다”며 “노인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 노인 연령을 높여간다면 2050년 수준의 재정 지출을 상한으로 삼아 비용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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