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 등 적극 선보이기 시작
게임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 겨냥

넷플릭스의 인터랙티브 콘텐츠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 이미지=넷플릭스
넷플릭스 인터랙티브 콘텐츠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 이미지=넷플릭스

이용자들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인터랙티브(interactive) 콘텐츠’다. 과거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일부 드라마 등에서 실험적으로 시도한 부가 콘텐츠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넷플릭스 등 개인 맞춤형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인터랙티브 기능을 접목한 콘텐츠들이 속속 등장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란 이용자 선택에 따라 전체적인 진행 방향이나 결말이 달라지는 콘텐츠를 말한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에서 많이 쓰인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과거부터 존재해 왔다. 대표적으로 게임북(gamebook)이 있다. 게임북은 독자에게 선택지를 주고 ‘1번을 선택했다면, 105페이지로 가시오’ 등과 같은 안내를 한다. 독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는 방식이다.

1990년대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 코너 중 하나였던 ‘인생극장’ 역시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개그맨 이휘재의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보여줬다. MBC는 지난해에도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 도중 시청자의 문자투표를 통해 실시간으로 다른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인터랙티브 TV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자들의 선택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아울러 보통 다수결에 의해 선택사항이 결정되기 때문에 소수의 의견은 채택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개인 맞춤형 플랫폼을 통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7년 ‘장화신은 고양이: 동화책 어드벤처(The Adventures of Puss in Boots)’ ‘버디썬더스트럭: 어쩌면 봉투(Buddy Thunderstruck: The Maybe Pile)’ 등 어린이용 대상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인 바 있다. 이후 지난해에 성인용 인터랙티브 콘텐츠인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모험물인 ‘당신과 자연의 대결’을 선보였다. 

넷플릭스의 경우 개인 맞춤형 영상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이용자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지는 영상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다. 밴더스내치는 1984년 천재적인 프로그래머가 판타지 비디오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며 초현실적인 상황으로 빠져드는 내용을 담았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매 순간 선택을 하게 되며, 그 선택에 따라 10가지가 넘는 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기본적인 영상 관람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이지만, 모든 엔딩을 다 감상하기 위해선 최소 4~5시간이 필요하다. 당신과 자연의 대결 역시 '야생 전문가' 베어 그릴스가 등장하는 콘텐츠로, 이용자들의 선택에 따라 베어 그릴스가 각기 다른 행동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료=네이버
자료=네이버

네이버도 최근 인터랙티브 동화 서비스인 ‘동화 만들기’를 출시했다. 네이버는 아동 전문 출판사 아울북과 함께 ‘피노키오’ ‘아기돼지 삼형제’ 등 동화 20편을 인터랙티브 오디오북으로 재구성했다. 이용자는 이야기 가운데 중요한 순간마다 주인공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으며, 선택에 따라 줄거리가 달라지게 된다.

지난 12일에는 오비맥주의 대표 브랜드 카스가 유튜브와 협업해 만든 인터랙티브 영화 ‘아오르비(AORB)’가 공개되기도 했다. 아오르비는 A 또는 B(A or B)를 뜻하는 것으로, 시청자는 영상을 보는 동안 영화 속 배우가 돼 여러 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게임 형식의 미디어 경험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한다. 게임과 함께 성장한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더 이상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낯설어하거나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관측이다. 

다만 인터랙티브 콘텐츠도 단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기존 영상들에 비해 제작비가 많이 든다. 이용자들의 선택사항에 따라, 여러 영상을 만들다 보니 제작비가 많이 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자체를 이용자들이 번거롭게 느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영상 시청자 중 대다수는 여전히 영상을 큰 노력 없이 편안하게 즐기려고 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장민지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경우 단체의 동시 관람이 불가능하지만, 넷플릭스처럼 개인화된 영상 관람에서는 콘텐츠 활용이 가능하다”며 “특히 여러개의 결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에게 중복 관람을 유도할 수 있다. 이를 비지니스 모델(BM)로 확장할 수 있다면,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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