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신한금융 등 ‘큰손’ 신중 행보···“모든 가능성 열려 있어”
네이버 등 대형 기업 참여 여부에 따라 판도 달라질 듯

/사진=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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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다시 한 번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절차에 돌입한다. 지난번 인가에서 고배를 마셨던 키움과 토스의 재도전이 점쳐지는 가운데 하나금융과 신한금융도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의 이점을 누리기 위해서는 대주주로 참여할 ICT기업이 필수이기 때문에 각 금융사들은 다소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6일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5월 한 차례 심사를 시행했으나 키움뱅크 컨소시엄과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각각 ‘혁신성’과 ‘자금 조달 방식’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탈락한 바 있다.

당국은 오는 10월 중으로 예비인가 신청을 받은 후 올해 안에 심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일정대로라면 인가 준비 기간은 상반기보다 약 1개월 정도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상반기 예비인가에 실패한 키움과 토스의 ‘재수’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두 곳 모두 아직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인가심사 이후 금융위가 상세한 ‘오답노트’를 제공했던 만큼 신규 컨소시엄들보다는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 변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토스의 경우 자금 조달 방식에서 낙제점을 받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본력을 갖춘 투자자를 주주로 구해야만 한다. 키움 역시 컨소시엄 테스크포스(TF)가 상반기 인가심사 직후 해체된 상태다. 주요 주주 중 하나였던 SK텔레콤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2파전 양상에서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는 것은 금융업계의 큰손인 금융그룹의 참전이다. 현재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신한금융은 상반기에 토스 컨소시엄에서 중도하차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인터넷전문은행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당시 인터넷전문은행을 생활 플랫폼과 연계시키는 서비스를 구상했던 신한금융은 여전히 동일한 모델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의 한 관계자는 “어떠한 결정도 이뤄진 바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며 “우리가 추구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모델을 함께 구성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으면 긍정적으로 참여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스와의 재결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토스가 생각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모델과 신한금융이 그리는 그림이 여전히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누군가가 의견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두 기업이 다시 손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금융 역시 신한금융과 유사한 입장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금 하나금융을 포함한 모든 회사들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제 인가 일정이 발표되는 시기인 만큼 다들 특별히 정해진 사항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두 금융그룹의 참여는 결국 ICT기업들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상 ICT기업이 대주주로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ICT기업이 참여하는지와 어떤 모델을 구상하는지에 따라 참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ICT기업이 대주주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금융그룹은 일단 기다리는 입장”이라며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이 많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네이버 등 대형 ICT기업이 참여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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