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 합병비율 ‘1:0.35’ 아닌 최대 ‘1:1.36’ 주장
지난 5월 ‘1:1.18’ 발표했다 수정···“국민연금도 최대 6700억원 손실” 재추정

참여연대가 15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재용 부당 승계와 삼바 회계사기 사건에 관한 종합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참여연대 김은정 경제노동팀장, 김경율 경제금융센터 소장, 이상훈 변호사,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 사진=연합뉴스
참여연대가 15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재용 부당 승계와 삼바 회계사기 사건에 관한 종합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참여연대 김은정 경제노동팀장, 김경율 경제금융센터 소장, 이상훈 변호사,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 사진=연합뉴스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과정에서 삼성물산의 현금성 자산 1조7000억원이 누락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참여연대가 밝혔다. 참여연대는 두 회사의 합병비율을 재산정하며 왜곡된 합병비율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 4조1000억원의 부당이득을 봤다고 분석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이재용 부당승계와 삼바 회계 사기 사건에 관한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지난 5월 이 부회장이 최대 2조9000억원대 부당이득을 봤다고 발표한 지 2달여만에 수정된 것이다. 앞서 참여연대는 2015년 당시 제일모직 ‘1’에 삼성물산 ‘0.35’의 비율로 합병이 진행됐지만, 회계법인들의 평가를 바로잡으면 합병 비율은 ‘1’대 ‘1.18’까지 상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합병 비율을 최대 ‘1’대 ‘1.36’으로 수정했다.

참여연대는 적정 합병 비율을 수정한 이유에 대해 옛 삼성물산의 현금성 자산과 사업권 누락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과 삼정KPMG의 보고서를 2주전에 입수했다. 이들은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을 검토하면서 옛 삼성물산이 보유한 1조7500억원의 현금성 자산과 삼성물산 사업보고서에 수록된 광업권을 전액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또 “안진이 삼성전자와 삼성SDS 등 삼성물산 계열사의 투자지분 가치를 평가할 때 블록딜 할인율(6.27%)을 적용해 시가기준 8500억원(비영업가치 평가 기준 6700억원)의 가치를 감소시킨 점도 반영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부당이득 규모는 3조1000억원~4조1000억원, 국민연금의 손실 규모는 5200억원~675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참여연대는 분석했다.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와 무슨 연관?

앞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졌고, 합병 비율을 이 부회장에 유리하게 하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가치가 부풀려졌다고 판단했다.

의심의 배경은 이렇다. 2011년 삼성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이유로 삼성바이오를 설립한다. 당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옛 삼성물산이 출자금을 댔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2011~2014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반전은 2015년이다. 삼성바이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고, 지분 가치를 ‘취득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변경하면서 돌연 1조900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가 가진 삼성에피스 지분 가치는 순식간에 4조5000억원이 늘어난 5조원으로 평가됐다.

일련의 과정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식교환 비율은 1:0.35로 결정됐는데, 삼성바이오의 흑자전환이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결과적으로 당시 제일모직 지분의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된다. 삼성물산의 주식이 전혀 없던 이 부회장이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합병 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불리한 합병 비율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도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면서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1심은 이러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이 부회장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를 부정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었으나 오직 합병만을 위해 이러한 뇌물수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

한편 삼성바이오 측은 “당시 회사는 상장 자격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며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회계기준을 변경한 게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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