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리도멕스 역가 6등급 이상 타당하다”며 식약처 사실 판단 잘못 지적
식약처 “의약정 합의에서 일반약 분류 타당 결론, 서울대 연구 결과도 현행 분류 유지”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삼아제약이 제조하는 의약품 ‘리도멕스’를 일반의약품이 아닌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삼아의 전문약 지정 신청을 지난해 거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판단이 뒤집힌 결과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지난달 하순 삼아제약이 식약처를 상대로 제기한 의약품 분류조정 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피고인 식약처가 지난해 3월 원고인 삼아제약에게 내린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즉 행정법원이 삼아제약 손을 들어주며 식약처의 거부처분을 취소토록 한 것이다.  

이번 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삼아제약은 현재 일반의약품인 리도멕스크림과 로션을 제조하고 있다. 삼아제약은 지난해에 리도멕스 품목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식약처로부터 거부처분을 받았다. 이에 삼아제약은 지난해 6월 하순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1년여 만에 승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리도멕스 품목의 성분명은 ‘프레드니솔론 발레로 아세테이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스테로이드 외용제로 분류된다. 스테로이드 외용제란 스테로이드성 약물로 만들어진 외용제를 지칭한다. 다양한 피부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염증조절약물이다.   

이번 리도멕스의 의약품 분류 소송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역가다. 역가는 의약품 효능·효과의 강도를 말한다. 즉, 해당 품목이 어느 정도의 효능을 갖고 있고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계량화해서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다른 품목도 일부 그렇지만 스테로이드 외용제의 경우 역가가 일반약 내지 전문약 분류에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식약처는 역가를 기준으로 1~6등급은 전문약으로, 7등급은 일반약으로 허가하고 있다. 즉 강한 약은 전문약으로, 약한 약은 일반약으로 허가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제조 당사자인 삼아제약은 리도멕스는 역가가 5 내지 6등급에 해당하므로 전문약으로 분류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삼아제약은 “식약처는 역가를 기준으로 의약품을 분류한다고 공표한 바 있고, 삼아는 이를 신뢰해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식약처는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에서 ‘프레드니솔론 발레로 아세테이트’ 0.3%의 역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온 점과 삼아제약이 제출한 ‘프레드니솔론 발레로 아세테이트’의 역가 관련 자료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점 등을 감안해 리도멕스 역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또 역가뿐만 아니라 안전성과 유효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약품 분류 결정을 해야 하는데, 리도멕스는 중대한 부작용 사례도 없는 등 일반약 요건에 부합한다는 것이 식약처의 입장이었다.

삼아제약이 리도멕스에 대해 전문약 분류를 요청하는 데에는 일정 근거가 있다.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가 지난 2013년 5월 발행한 ‘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에는 스테로이드 외용제 성분 역가가 7등급으로 나뉘어 분류돼 있다.

그에 따르면 ‘프레드니솔론 발레로 아세테이트’ 0.3%를 크림 형태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역가가 5등급으로 분류된다. 로션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역가가 6등급이다. 한국약학정보원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약효 분류에도 ‘프레드니솔론 발레로 아세테이트’ 역가는 3등급으로 나와 있다.

이 같은 각종 자료와 전문가 견해를 토대로 행정법원은 ‘프레드니솔론 발레로 아세테이트’의 역가가 7등급 분류표상 7등급에 해당하지 않고 6등급 이상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므로 식약처가 역가에 대한 사실 판단을 잘못해 거부처분을 내린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법원은 “식약처의 거부처분은 판단의 기초가 된 성분인 ‘프레드니솔론 발레로 아세테이트’ 3%의 역가등급 인정에 오류가 있다”며 “리도멕스 제품은 전문약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삼아제약은 1심에서 승소했지만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삼아제약 관계자는 “(소송과 관련해) 따로 말씀드릴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식약처는 15일 오전 항소장을 법원에 접수시켰으며, 그동안 여러 차례 일반약 분류에 합의했고 관련 연구에서도 현행 분류 유지에 무게중심을 뒀다고 반박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와 2012년 의약품 재분류에서도 의·약·정 모두 리도멕스의 일반약 분류에 찬성했고, 서울대 산학협력단 연구 결과에서도 현행 분류를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판결문을 꼼꼼히 읽어 보니 의약품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식약처 정책에 잘못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라며 “식약처가 항소했다고 하니 항소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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