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7월 들어 4대 금융지주 2111억원 순매도
금리인하·경기둔화·日경제보복 등에 은행주 투자심리 악영향 

7월 외국인의 은행·증권주 매매 현황. /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금리인하 신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은행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은행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규제에 이어 최근 시중금리 하락이 예상되며 은행주에 악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 경제보복으로 국내 경기 악화가 커질 경우 은행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외국인들이 최근 은행주를 대거 매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7월1~12일) 외국인은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주식을 2111억원이나 순매도했다. 지난달 867억원 순매수한 것과 비교해 매도공세가 두드러졌다. 지주사 별로 외국인은 하나금융지주 주식을 957억원 순매도하며 가장 많이 판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신한금융지주는 630억원, KB금융지주는 508억원, 우리금융지주는 16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국내 금융지주에서 자금을 빼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금리를 인하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도 확실시되고 있기 떄문이다. 또 은행들의 사업 환경도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올해 상반기까지 5조4000억원 증가했지만 2년 전(6조1000억원)과 비교해 낮은 수준의 증가율을 보였다. 

또 최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바 있어 경기 둔화에 따라 은행의 투자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한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국내 투자 심리를 떨어뜨리는 영향을 줘 국내 경기에 민감한 은행주의 회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올해 2분기 은행의 손이익은 약 4조원대로 추정된다. 전분기 대비 4.3% 증가하지만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일 무역갈등이 격화되면서 한은의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시각이 제기됐다”며 “OECD 한국경기선행지수가 24개월째 하락하는 뉴스가 이어졌고 파월 연준 의장의 7월말 기준금리 인하 예고 등으로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이달 들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KB금융 주가는 7월1일 이후 줄기 시작해 12일까지 6.1% 떨어졌다. 하나금융은 3.9%,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1.1% 줄었다. 

반면 외국인들은 증권사 주식에 대해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 증권사의 채권 평가 이익이 늘어나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외국인은 이달 들어 한국금융지주 주식을 401억원 순매수했다. 이어 NH투자증권 199억원, 삼성증권 162억원, 메리츠종금증권 146억원, 미래에셋대우 111억원 등 외국인은 증권주를 골고루 사들였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은 트레이딩 부문 중심으로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채권금리 하락이 우호적 운용여건을 형성해주고 있어 안정적인 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