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처럼 파운드리 역량 키워야 팹리스 동반 성장 가능”
TSMC, 올 하반기 애플 아이폰용 7나노 AP 양산 돌입···日 수출규제 강화는 삼성에 불확실성 요인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파운드리 경쟁력으로 TSMC를 넘어서야 한다. 국내 팹리스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12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개최된 ‘시스템반도체 기술개발과 시장 창출을 위한 산업 분야별 육성 전략 세미나’에서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이같이 말하며 “우리가 시스템반도체를 못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시장 구조상 열심히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약하다 보니 설계 역량은 물론 국내 팹리스 시장도 취약해졌다”고 덧붙였다.

이어 안 상무는 파운드리 산업 경쟁력이 팹리스업계 성장에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 상무는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키우려면 파운드리 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라며 "국내 팹리스가 해외 업체에 물량을 맡기면 상대국 팹리스업계보다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 역시 자국 팹리스업계를 지원하면서 대만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함께 육성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파운드리 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삼성전자 역시 국내 팹리스업계와의 상생을 공언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하는 한편, 정부의 팹리스 육성 방침에 발맞춰 동반성장을 꾀하기로 했다. 현재 주로 8인치와 12인치 웨이퍼 공정 등을 제공하며 국내 중소업체 수요에 대응하고 있으나 향후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도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3일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국내 많은 팹리스 기업이 기술협업에 목말라 있었다”면서 "반도체 디자인하우스를 비롯해 설계 자산(IP), 자동화 설계 툴(EDA), 조립 테스트(OSAT)까지 국내 파트너사와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선 우선적으로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시장 선두인 TSMC의 입지를 넘어서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48.1%이고, 삼성전자가 19.1%로 그 뒤를 이었다. 업계에선 이미 삼성전자가 미세공정 기술 측면에선 TSMC와 비등한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양사 모두 극자외선(EUV) 기반의 7나노 미세공정을 도입한 데다가, 올 하반기 이후 양산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4월 이 공정을 활용한 칩을 출하한 바 있으며, TSMC도 올 하반기 출시될 애플의 아이폰용 AP에 7나노 공정을 도입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이미 엔비디아·퀄컴 등 IT 대기업을 고객사로 맞이했다. 내년엔 양사 모두 5나노 공정 기반 제품 양산을 목표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 불확실성을 드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일 일본 정부의 규제 강화로 그동안 포괄 허가 방식으로 수입하던 EUV용 포토레지스트(PR)와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불화수소를 개별 허가 방식으로 들여오게 됐는데, 일각에선 해당 제품 공급에 난항을 겪을 경우 파운드리 차세대 기술 개발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EUV용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일본 업체가 독점 생산해 대체가 불가능하고, 불화수소의 경우 일부 제품을 국산화해도 파운드리를 넘어 메모리반도체까지 전 공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파급력이 크다. 이번 규제 강화 조치로 인해 일본 기업이 한국에 수출할 때 약 90일의 심사 기간을 거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TSMC와 미세공정 기술 우위를 다투는 상황에서 고객사를 놓칠 수 있다는 위험성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TSMC는 최근 지난 6월 한 달간 올린 매출이 858억6800만 대만달러(약 3조2000억원)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21.9% 증가한 실적이다. 시장은 이 같은 실적이 올 하반기에 출시될 아이폰용 AP 양산을 위해 7나노 EUV 라인 가동을 시작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날 안 상무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해 “타격이 없을 수는 없다”며 “불화수소의 경우 메모리반도체는 물론 파운드리까지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필수 소재인데, 결국 최종 수출 국가가 한국일 경우 일본 기업의 해외 공장에서 우회 수입하는 방법도 활용하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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