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고위급 협상단 전화통화로 협상 재개···美. 중국산 수입품 25% 관세 1년간 면제
양국 향후 협상에도 긍정적이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신경전은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무역협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무역협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한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 무역협상단이 전화 접촉을 통해 본격 협상에 돌입했다. 양국은 상호 물밑접촉, 전화통화 등 각종 채널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구체적인 협상 일정은 밝히지 않고 있어 본격 협상 재개에 앞서 핵심 쟁점에 대한 신경전을 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 고위급 협상단과 전화 통화를 통해 의료장비와 축전지 등 110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부과한 25% 관세를 1년간 면제한다고 밝혔다.

해당 품목은 미국이 지난해 7월6일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25% 관세를 물린 340억 달러(한화 약 40조1700억원) 규모의 제품에 포함된 것이다. 제품 대다수는 중국산 외 대체품이 없어 미국 기업의 피해가 우려되거나 미국이 견제하는 중국 첨단산업 육성전략인 ‘중국제조 2025’에 포함되지 않는 품목이다.

미중 협상이 우역곡절 끝에 재개됐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취 중단 등 구조개혁과 미국산 농산물 및 제품의 구매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보복관세 철폐와 화웨이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한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일부 제재 완화에도 블랙리스트 등재 해제나 미국 및 동맹국의 화웨이 5세대(5G) 장비 구매를 막는 큰 틀의 제재를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대표들은 지난 9일 전화 통화를 했다. 미국 측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고, 중국 측은 류허 부총리와 중샨 상무부장이다. CNBC는 미국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미중 양측이 무역갈등 해결을 위한 협상 재개 차원에서 오늘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며 “앞으로 양측은 적절한 방법으로 대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참모로 불리는 래리 커들로 NEC(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날 CNBC를 통해 “미중 양국 고위급 대표단의 대면 협상도 조만간 열릴 것”이라며 “무역협상 합의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표는 없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닌 질”이라고 밝혔다.

특히 커들로 위원장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신속하게 추가 구매하길 기대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그는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시 주석이 농산물 구매에 대해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움직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는 아주,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무역협상 대표간의 통화 이후 “미국이 중국산 110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면세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아직은 신중한 자세로 무역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양국이 상호 존중의 기초 하에 무역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시사하며 “중국의 핵심 관심사는 반드시 타당하게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이 같이 말하는 데는 미중 간 협상이 재개돼도 중국이 주권과 존엄에 상처를 입는 양보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달 29일 G20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역전쟁 휴전과 협상 재개에 합의하면서도 “중국의 주권과 존엄에 관한 문제에서 중국은 반드시 자기의 핵심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쌍바이춘 대외경제무역대 무역연구원장은 지난 11일 글로벌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중국은 단기간에 무역갈등을 해결할 돌파구가 없다는 것을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 관리들이 약간의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고 해서 (무역협상에서) 의미 있는 조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미국은 의미 있는 행동보다는 중국을 향한 광범위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충분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무역협상은 어떠한 성과도 도출해 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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