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커머스 키우는 네이버 상대해 '배송·초저가' 전략으로 맞수
네이버, 커머스 생태계 구축하는 알리바바 철학과 유사한 행보···방대한 DB·검색 플랫폼이 최대 강점

네이버쇼핑 검색창. /사진=네이버 앱 캡쳐
네이버쇼핑 검색창. / 사진=네이버 앱 캡쳐

네이버쇼핑은 이커머스업계에 두려움의 대상이다. 미국의 경우 일반 검색은 구글, 쇼핑 검색은 아마존으로 나뉘어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검색은 네이버'라는 인식이 불문률처럼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쟁자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모든 이커머 업체가 네이버에 자사 상품·가격 정보를 노출시키고 있어서다. 이커머스 입장에서는 네이버쇼핑이 경쟁자이자 동업자인 셈이다. 

네이버쇼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데, 개인 셀러 등 중소상공인이 입점한 스마트스토어와 쿠팡·G마켓·옥션·11번가·위메프 등 이커머스업체들이 경쟁하는 쇼핑검색이다. 전자의 경우 개별 온라인몰을 구축하지 않으면 판매할 플랫폼 자체가 없고 소비자 노출 가능성도 작아서 네이버 스토어에 입점해야 하지만, 후자는 이미 수조원대 거래액을 기록할 정도로 입지가 탄탄하다. 이들이 네이버에 들어가는 이유 역시 '검색'이다. 

최근 쇼핑의 대세가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개별 이커머스업체의 개별 앱(쿠팡앱·11번가앱 등)의 위상이 높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고관여 제품의 경우에는 네이버 검색에서 가격비교를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네이버쇼핑의 강점이 발휘되는 분야다. 이 쇼핑검색을 대하는 각 업체별 목적도 조금씩 갈리는 듯하다. 

우선 쿠팡을 보자. 쿠팡은 2016년 말 네이버 쇼핑검색에서 나갔다가 2년여 만인 지난해 말 재입점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네이버에 입점하지 않았을 때에도 쿠팡의 매출은 꾸준히 늘어났다"면서 재입점은 "마케팅 툴"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네이버에서 빠져 있던 시기(2017~18년)에도 매출이 계속 올랐던 쿠팡이 굳이 수수료를 2%나 떼어줘야 하는 네이버에 '꼭' 입점해야 할 이유는 없는 듯이 보인다. 

심지어 쿠팡은 충성 고객을 이미 많이 확보한 상황이다. 유료회원인 로켓와우클럽 가입자만 해도 170만명 이상이다. 이런 쿠팡이 네이버에 들어간 이유는 '산토끼를 집토끼'로 만들려는 전략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생수·휴지·샴푸 등 생필품은 저관여 제품으로 구매를 위해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전자제품 등 고관여 제품에 비해 적다. 무선청소기를 네이버에 검색해 쿠팡에서 구매한 소비자는, 로켓배송 구매 경험을 갖게 됨으로써 이후 빠른 배송이 필요할 때 쿠팡을 다시 찾게 될 확률이 높다. 아직 '로켓맛'을 보지 못한 산토끼에게 로켓맛을 보여줘 집토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11번가와 G마켓, 옥션 등 오픈마켓은 가격비교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검색 결과에서 최저가로 오르면 자사 몰로 유인을 할 수 있다. 다만 자사 몰 판매가보다 네이버쇼핑 판매가가 더 저렴한 경우가 빈번해 고객 역차별 논란으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반대로 초저가 상품을 네이버에 노출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충성 고객을 모으기도 한다. '진짜 초저가는 네이버에 공개하지 않는다'라는 전략인 것이다.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경우, 회사가 힘을 주는 딜의 경우 네이버에 아예 노출시키지 않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렇잖아도 최저가로 물건을 팔아서 마진 남는 게 없는데 네이버를 통해서 물건이 나갈 경우 2% 수수료도 떼어줘야 하는 게 부담"이라면서 "진짜 최저가의 경우 개별 홈페이지에만 노출한다. 고객 유치 전략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 '누구난 쉽게 판매할 수 있는 쇼핑 플랫폼' 꿈꾸는 네이버

네이버는 이 모든 소상공인 셀러 및 이커머스업체에게 판매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국내 이커머스 거래 전반의 DB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는 이를 이용자 편의성 증대를 위해 활용한다고 설명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스마트스토어는 단순히 상품을 등록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네이버의 다양한 기술들을 접목한 기능과 방대한 데이터들을 판매자들(소상공인)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러의 증가는 네이버쇼핑 취급 상품수의 증가를 뜻하고, 이는 즉 네이버쇼핑의 경쟁력이 된다.  

다만 네이버쇼핑은 이베이나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쇼핑의 목적은 검색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DB 확보와 소상공인 지원"이라면서 "이 때문에 당장 매출 마진을 잡기보다는 파트너 몰 성장을 돕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가시적인 네이버쇼핑의 목표는 '누구나 쉽게 판매할 수 있는 쇼핑 플랫폼'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철학은 알리바바의 철학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는 '커머스 생태계 구축'을 자사 목표로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철학 아래 알리바바그룹은 B2C인 티몰, C2C인 타오바오 등 다양한 형태의 쇼핑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해 왔다. 

수익성 제고가 당장의 목표가 아니라곤 하지만 네이버 전체 매출 가운데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네이버의 일반검색과 쇼핑검색을 포함하는 비즈니스플랫폼 1분기 매출액은 6693억원으로 전체 서비스 영업수익의 44.3%를 차지한다. 이는 광고(9.4%), IT플랫폼(6.6%), 콘텐츠서비스(2.3%), 라인 및 기타 플랫폼(37.4%)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향후 네이버쇼핑의 성장성에 대해 "스마트스토어 성장에 힘입어 올해 20%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네이버쇼핑이 막강한 플랫폼 경쟁력과 막대한 DB로 이커머스에서 덩치를 얼마만큼 키워나갈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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