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非철강·재무통 출신 회장 한계 지적···勞 “최정우 안전경영은 서류작업·교육이 전부”
오는 27일 취임 1주년 앞두고 현장서 “말뿐인 안전” 비판 여론 들끓어

최정우 포스코 회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정우 포스코 회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장을 모른다. 자연히 이해도가 떨어진다. 안전을 외치지만, 아쉽게도 말뿐이다.”

최근 반복된 사고의 원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익명을 요구한 포항제철소 근로자는 이같이 비판했다. 비판의 대상은 오는 27일 취임 1주년을 맞게 될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일각의 의견으로 치부하고 싶겠지만 최근 제철소 내부에서는 이 같은 여론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12일 포스코 및 유관업계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다. 비(非)철강 출신으론 최초로 회장직에 오른 셈이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올 초부터 단기간 내 4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달 들어서만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김아무개(35)씨는 지난 2일 근무를 마친 뒤 동료들과 술자리를 하던 도중 잠이 들었다 깨어나지 못했다. 평소 작업량이 과다하다고 호소했다고 전해진다. 김씨가 생전에 근무했던 공장에서 열흘 만에 다시 사고가 발생했다. 올 9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현장점검에 나섰던 장아무개(60)씨가 이 공장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씨의 경우 돌연사 가능성이 점쳐져 산재사고 대상 지정 여부와 관련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장씨의 경우 근무 중 빚어진 일이었고, 발견 당시 두 팔이 골절돼 있던 데다 화상 흔적이 명확했다는 점에서 산재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광양제철 폭발사고 사망자 역시 마찬가지다. 2월 하역기 롤러 사고 사망자의 경우 산업재해라는 의견이 나온 상태다.

근로자들은 이처럼 근래 들어 반복된 사고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회사 측의 대책이 미비한 것과 함께 최 회장 취임 후 반복된 사고에 ‘재무통’ 출신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장을 제대로 모르니 근로자들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말뿐인’ 교육만 강화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포스코는 ‘전사 안전다짐대회’를 실시했다. 포스코 및 협력사 직원 600여명이 참석해 안전 의지를 다녔다. 향후 3년간 안전 분야에만 최소 1조원을 투입해 전문가를 영입하고 안전 전담조직을 신설하며 안전장치 보완 등 재해 방지에 만전을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업계에선 “최정우 회장이 비철강 출신이란 한계를 안전 강화를 통해 극복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투입된 1조원의 향방을 도통 모르겠다는 눈치다. 산술적으로 연간 3300억원 이상이 투입돼야 하고, 반년이 흘렀다면 1500억원 상당의 투자가 이뤄졌어야 하는데 표면적인 변화는 없었다고 지적한다. 한 근로자는 “투자계획 발표 후, 오히려 서류 작성만 늘어났다”며 “교육은 늘어났지만 정작 안전설비 증설과 같은 큰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제철소 특성상 각 공장별로 작업이 이뤄진다. 따라서 개인 근로자가 다른 공장 사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시사저널e와 접촉한 복수의 근로자는 모두 비슷한 반응들을 내비쳤다. 공통적으로 지난해 10월의 안전다짐대회 이후 △서류 작업 △교육 등이 증가했으며, 실질적 안전설비에 대한 투자는 미흡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흡한 변화의 배경으로 최 회장의 스타일을 꼽기도 했다. 줄곧 재무 부서에서 근무해 온 만큼 예산집행에서 ‘효율성’만을 강조해, 비용절감을 위해 대규모 시설 증설을 하는 대신 근로자들에게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다. 실제 안전다짐대회 당시 1조원의 사용처로 우선 언급된 것이 ‘전문가 영입 및 안전 담당 부서 신설’이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관계자는 비판 여론과 배치되는 해명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안전 분야 예산은 △안전시설물 개선 및 설치 △협력사 안전 강화 △안전검사 △안전교육 등에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사고 방지를 위한 추가 대책·방안 등은 수립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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