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교회 교인에게 간 이식하겠다는 A씨 행정소송 제기해 ‘승소’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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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교회에 다니는 교우에게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신청을 거부한 처분은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장기 기증자와 수증자의 관계가 불명확한 ‘타인 순수기증’의 사례에서 장기매매라고 단정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기증을 승인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간암 판정을 받은 B씨에게 장기이식 의사를 밝힌 A씨가 질병관리본부장을 상대로 “장기이식 대상자 선정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14일 밝혔다.

B씨는 간경화로 치료를 받던 중 지난 2015년 5월 간암으로 진단받아 간이식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A씨는 2018년 11월 질병관리본부장에게 ‘B씨를 이식대상자로 선정해 간장 일부를 기증하고자 한다’라는 취지로 장기이식대상자 선정 승인 신청을 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1월 ‘두 사람의 사적 친분이나 관계를 확인할 만한 입증 자료가 부족해 장기를 기증할 만큼 명확한 관계로 보기 어렵다’며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장기이식법은 장기를 기증하고자 하는 사람이 본인 또는 배우자의 가족에게 골수를 기증하는 경우 이외에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정하면서, 기증자와 수증자의 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으면 기증을 금지하고 있다. 장기매매를 막기 위한 취지다.

이에 A씨는 B씨와 여러 해 전 부터 같은 교회에 다니며 봉사활동과 선교활동을 하면서 사적 친분 관계를 쌓았고, 친분관계에 따라 자발적으로 기증을 하려고 한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본 질병관리본부장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이 다른 신도들과 함께 오랜 기간에 걸쳐 촬영한 사진들이 제출됐고, B씨가 이혼 이후 교회를 다니며 A씨로부터 정서적 지지를 얻은 점, B씨가 교회에서 현재의 배우자를 만나 재혼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점 등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장기이식법 시행규칙은 제출된 서류가 거짓인 경우와 기증자와 수증자의 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이른바 장기매매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식대상자 선정을 승인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면서 “두 사람이 2012년부터 교외에서 활동하며 알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장기매매 의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장기이식 대상자 선정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항고소송에서 행정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처분청에 돌아간다”면서 “사람의 이식대상자 선정 승인을 거절하는데 거절사유가 있다는 점은 처분청이 이를 증명할 책임이 있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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